尹-빈살만 "협력관계 강화" 지원사격
이재용 회장도 연휴에 사우디 출장길
빈살만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에
美-사우디 갈등 격화시, 美 동맹국 기업들 네옴 수주도 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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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할 양상을 띄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직간접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으로 영향권에 포함돼 있는 사업장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 CITY) 현장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국내 건설사와 스마트시티와 연관한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제 2의 중동붐을 꿈꾸며 사우디를 주목하고 있는데, 빈살만 왕세자가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을 띄게 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달 초 대통령실은 윤석열과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경제 협력 등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명절 때 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사우디를 출장지로 정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현대건설과 함께 네옴시티의 '더라인' 지하터널 첫 구간 사업을 수주해 현재 건설중이고, 추가 수주를 계획중이다.
삼성물산과 협력중인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1·4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규모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에 힘입어 8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 2015년 이후 최대치(약 219억3200만달러, 29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공급할 굴착기 등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사우디 전력기업 알 지하즈와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하반기에도 국내 기업들은 터널과 가스전을 비롯해 총 5조원 이상의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건설의 일환으로 현대차와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주 도전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도 지원 사격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빈살만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모습이 포착된다. 현재로선 직접적인 사업적 영향에 대해 예단하긴 어렵지만, 현재 상태가 장기화 할 경우 추가 수주의 어렵거나 기존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는 사우디 내 수주 사업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는데, 추후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엔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은 상태다"고 밝혔다.
네옴시티와 관련한 기업들의 주가는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 이후 영향을 받기도 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 네옴시티의 발주 계획 등이 언급될 때마다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던 한미글로벌, 희림 등의 건설관련기업들의 주가는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 직후 크게 하락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관계자는 "네옴시티의 발주 규모가 매우 크긴 하지만 중동이란 지리적 변수를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며 "사업 기간이 매우 길 뿐더러 국내 기업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들은 사우디와의 수주전과는 별개로 사우디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 해 힘을 싣고 있는데,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