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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 경영진의 배임 의혹 수사는 진행중이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점입가경이다. 엮일 것 없어 보이는 두 기업의 교집합에 현대자동차가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어플러그(Airplug)를 인수했다. 2010년 설립된 스타트업 에어플러그는 설립 초기 이동통신망 결합 솔루션을 KT에 제공했다. 2015년엔 현대차와 기술용역 계약을 맺었는데, 현대차는 2019년 36억원을 투자해 16%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2021년 245억원을 들여 9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인 2022년 9월, KT의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Spark and Associates, 現오픈클라우드랩)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스파크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설계하고 구축·운영하는 회사다. 인수금액은 총 207억원이다. 같은 달 현대차그룹은 KT와 지분 스와프를 통해, KT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에어플러그와 스파크 모두 각각 양사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업체임은 분명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설립자들인데, 현대차가 인수한 에어플러그의 설립자는 구현모 전 KT대표의 친형인 구준모 씨, KT가 인수한 스파크의 설립자는 정의선 회장과 동서지간인 박성빈 씨다. 박성빈 대표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검찰은 현재 현대차와 KT 간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74년 동업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1949년 영풍기업사가 모태인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 씨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아 경영을 이어왔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다.
지난해 두 집안은 고려아연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으로 대변되는 두 집안의 지분 경쟁은 현재 진행형인데, 최근 현대차그룹이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의 미국법인인 HMG글로벌이 지난달 초 총 527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고, 사실상 고려아연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면서 양 측 일가는 약 30% 내외의 우호지분을 보유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와 장형진 기타비상무이사의 임기 모두 내년 주총까지로, 현대차의 의결권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
에어플러그와 마찬가지로 고려아연 또한 현대차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를 맺기도 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만 본다면 에어플러그, 고려아연의 경우 모두 참 공교로운 상황이 됐다. 보은 투자 의혹을 받고, 사업 시너지보다 경영권 백기사 역할이 더욱 부각했다.
현대차의 의도가 와전(?)된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포티투닷(42dot) 인수는 그룹의 소수 지분 투자에서 경영권 인수까지, 스타트업 투자 사이클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다. 투자 당시엔 포티투닷 기술력에 대한 논란, 그리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티투닷은 여전히 성과를 증명해야 할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해당 거래의 최대 수혜자를 꼽자면 구주 매각을 통해 4200억을 손에 쥔 송창현 SDV본부 사장이다.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송 사장은 외부 겸직이 불가능한 현대차에서 예외로 인정된 첫 사례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은 2023년 현재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수동 땅을 지난해 말 삼표그룹에 매각했다. 삼표그룹은 정도원 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장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2만7828제곱미터(㎡)(약 8420평) 규모의 삼표레미콘 부지는 성수대교와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다. 현대제철이 해당 부지를 삼표에 매각한 금액은 약 3800억원, 1㎡당 약 1660만원 수준이었다. 삼표가 이를 직접 개발한다면 조 단위의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련의 거래들은 그 이유와 배경, 그리고 근거들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불편한 뒷말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의혹이 잦아지고, 구설수가 늘어나면 앞으로의 정상적인 투자 활동도 진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투자 활동이 누군가의 수혜와 연결된다는 의혹을 지워야 하고, 돈이 오가는 거래에 앞서 보다 명확한 사업 시너지와 투명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를 위한 상장사의 책무이기도 하다.
입력 2023.10.17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0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