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 상당…은행 본질적 업무에서 발생한 대형사고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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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대구은행 '불법 계좌 개설' 사고와 관련한 현장검사 결과 직원 114명이 1662개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은행의 본질적 업무인 계좌 개설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임직원 및 기관에 대한 중징계 제재가 내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시중은행 전환 및 김태오 DGB 회장 연임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56개 영업점 직원 114명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예컨대 고객이 직접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복사한 뒤 수정테이프로 수정하여 B증권사 증권계좌를 하나 더 만드는 식이다.
금감원은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이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했는데, 이 시기에 무단 증권계좌 개설이 대폭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한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내부통제 장치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증권계좌 무단 개설을 방지하기 위한 업무절차나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도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부당 취급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자점감사 기준 등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에선 계좌 개설과 같은 은행의 본질적 업무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금융위 고시에 따르면 은행의 본질적 업무는 예·적금과 유가증권 등의 계좌 개설·해지, 입금·지급 업무, 자금 대출·어음 할인 업무, 내·외국환 업무와 채무보증·어음인수 업무 등으로 외부위탁이 금지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의 사고가 여타 시중은행의 사고와 다른 점은 은행의 본질적 업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라며 "은행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조차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의 시선은 징계 수위로 쏠리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이 중대한 만큼 기관 및 임직원에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란 입장이다. 임원의 중징계는 해임권고, 업무집행정치, 문책경고 등이 있는데 중징계를 받을 경우 향후 3~5년간 금융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영업점 폐쇄, 영업 정지 등의 기관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주력했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시에 금융사고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및 제재 조치를 참고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면 시중은행 인가 시기는 내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 원장의 발언으로 연임이 불투명해진 김 회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DGB금융그룹 수장으로서 임기간 대구은행에서 벌어진 대규모 내부통제 부실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 원장은 "이미 회추위가 열린 상황에서 현재 회장(김태오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내부 규범을 바꾼다는 것은 축구 경기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김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었는데 '불법 계좌 개설' 사고를 계기로 DGB금융 지배구조 전반을 살펴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향후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