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인사도 침체 영향 피하기 어려울 듯
장기간 그룹 이끈 최현만 회장 거취 시선 모여
차세대 박현주 회장 '복심' 부상할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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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파격 인사, 쇄신 인사로 리딩 증권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는데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올해는 인사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기존 경영진의 자리 유지, 신흥 임원진의 부상 등에 이목이 모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11조원이 넘는 1등 증권사다. 자본력에 기대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확장 전략을 폈고, 그에 따른 과실도 쏠쏠했다. 성과주의에 따라 고과 평가를 매기다 보니 매년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인사가 이어졌다.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한 작년 말 정기인사 때도 80년대생 임원, 여성 임원의 부상 등에 이목이 모였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의 인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초 9월 중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지연되는 분위기다. 이달 말 정기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내부에서도 인사가 늦어지는 배경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올해 인사가 일찍 단행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증권업계의 고민은 깊어졌다.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 수수료 저하, 금융 수요 감소,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자산 미매각 등 부담이 컸다. 이는 미래에셋증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주 박현주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지분 투자’를 강조했으나 최근엔 이런 목소리가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선 올해 일부 미매각이나 실적 부진 문제가 있는 임원에 대해 조기 인사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그룹 수뇌부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정기인사에서 조정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관심사는 최현만 회장(1961년생)의 거취다. 최 회장은 박현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중요 현안을 해결해 왔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으로 돌아왔고, 2021년말 인사에서 회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 초 최 회장은 내년 3월까지 1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 받았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이사회에 최 회장의 임기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현만 회장은 워낙 오랜 기간 중책을 맡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단’으로 불리는 세력을 갖췄다거나, 창업주 못지 않은 존재감을 키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물론 현재까지는 외부에서의 풍문에 그치는 분위기지만 언젠가는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 시기가 이번 정기인사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최현만 회장이 자리를 비우든 그렇지 않든 다음 세대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그룹의 인사는 결국 박현주 회장의 의중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보니, 박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이 더 중책을 맡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사장(1968년생),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부회장(1968년생),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1971년생) 등이 박현주 회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최현만 회장의 일을 넘겨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모두 지금보다 더 중요한 일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 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대규모로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박현주 회장의 복심인 김미섭 사장과 김응석 부회장, 김영환 부사장 등이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올해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연수 대상자로 정해진 최창훈 부회장과 이준용 사장(이상 1969년생), 토마스 박(Thomas Park)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인도법인의 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 CEO와 닐리쉬 수라나(Neelesh Surana)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미래에셋자산운용 인사들도 박현주 회장이 각별하게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룹의 요직으로 꼽힌다.
언제가 됐든 그룹 최고위층은 바뀔 수밖에 없는데 차기 주자들이 최현만 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을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최 회장이 ‘박현주 회장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가 이어받든 큰 문제가 없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는 그룹 고위 임원 중에서도 그간 최 회장이 오랜 기간 다진 업무 역량과 네트워크, 대관 능력을 갖춘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무엔 능해도 그룹 일 전반을 아우르는 역량을 기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미래에셋증권은 젊은 임원들의 부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재계와 금융계가 그렇듯 미래에셋 역시 몇해 전부터 꾸준히 젊은 인사의 발탁에 공을 들여 왔다. 팬데믹 유동성 호황기에 특수를 누리며 고속 승진한 일부 인사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 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