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 수주 막혀 억울하다는 현대중공업…보안보다 기술이 중요?
입력 2023.10.20 07:00
    취재노트
    현대重, 10년 전 군사기밀 유출로 1.8점 감점받아
    호위함 5·6번함 수주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 勝
    이의신청, 가처분신청, 권익위 고충민원까지 신청한 현대重에
    관계자들 "절박한 심정 이해하지만, 제재받는 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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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 결과가 조선·방산업계서 화제다.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 점수는 한화오션에 앞섰지만, 군사기밀 유출로 1.8점 감점을 받아 패배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이 아닌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논점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를 2014년 1월경 몰래 촬영한 뒤 이를 편집해 PDF 문서로 만들어 보관해 왔다. 이 사실은 4년 뒤인 2018년 4월, 국군 방첩사령부의 보안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KDDX 개념설계도는 3급 군사기밀이다. 울산지법은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 관련 직원 12명 중 9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방위사업청은 2018년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적발 이후 감점 관련 규정을 네 차례 변경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4차 개정에는 '최초 형 확정일 기준 3년 동안 감점을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추가됐고,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2025년 11월까지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4차 개정 내용은 올해 치러진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5·6번함은 울산급 배치3 사업의 마지막 물량으로, 사업 규모는 8334억원이다.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총 100점 중 80점을 차지하는 기술능력평가에서 0.9735점 앞섰지만 1.8점 감점의 벽은 높았다.

      HD현대중공업은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와 사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디브리핑, 이의신청, 가처분신청을 연달아 진행했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까지 신청했다. 기술력 우위가 아닌 보안 감점이 사실상 이번 수주 결과를 결정했으며, 이는 방위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8월 방사청은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이달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이슈는 이번 국정감사에까지 등장했다. 지난 16일 방사청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갑)이 나서 "HD현대중공업의 1.8점 감점으로 한화오션의 함정 분야 무기체계 사업의 독점화가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장기간 함정 신규 수주가 끊길 경우 연 매출 7000억원의 특수선 사업에 종사하는 HD현대중공업 1700여명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HD현대중공업의 이런 행보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국방 안보 전문가는 "가처분 신청해도 별 효과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 1.8점 감점이 너무 크니 마냥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감점 관련 규정이 계속 변경됐다 보니 (HD현대중공업이)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해당 사건에 정통한 전문가는 "현대중공업이 뻔뻔한 짓을 계속하고 있다. 감점으로 인해 한화오션이 독점하든 누가 독점하든 본질은 흐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밀 유출을 하면 제재받는 건 당연하다. 육군의 경우, 기관단총 군사기밀 유출 혐의가 생기자 모두 제재받았다"고 지적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가 자꾸 기술 점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페널티가 과해서 탈락했다고 하는데, 도핑해서 올림픽 금메달 따면 그만이냐. 이해 안 되는 논리"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