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여신, 기업대출 회수에 불리할 수 있단 설명
부동산 업황 악화로 가장 위험한 곳은 '저축은행' 지목
브릿지론 많고 부동산PF 부실화 가능성 가장 크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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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은행들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최근 불거지는 부동산PF 부실화 우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극복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장혜규 피치 상무는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피치 온 코리아' 연례 컨퍼런스에서 "부동산PF 부실화 우려가 단기적 리스크인지 중장기적 리스크인지는 차이가 있다"라며 "부동산PF 부실은 은행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쉬운 리스크고 가계부채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급여를 이자비용에 쓰게 되면서 소비가 어려워진다. 은행은 가계대출 이외에도 자영업자, 기업 등에도 대출을 내주기 때문에 (소비가 줄면) 전반적으로 영업환경이 좋아질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업환경은 은행 자체 신용도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평가가 좋지 않으면 은행 자체 신용도를 분석할 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동산PF 부실의 여파는 제2금융권이 직격타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자본완충력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부동산PF의 질, 브릿지론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저축은행이 약한고리라고 평가했다.
강철구 한기평 본부장은 "올 초 등급전망 저축은행, 증권, 캐피탈 업종에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경우가 많았는데 공통적으로 부동산PF 부실 리스크가 반영됐다"라며 "부동산PF 부실화 이슈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부정적 전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 수준을 0~5로 수치화 할 경우 저축은행이 3.3, 증권과 캐피탈이 2 후반대로 나타난다"라며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비중이 증권과 캐피탈 대비 두 배 이상 많고 준공이 안됐을 때 본PF에서 손실 입을 가능성이 다른 업종 대비 높다"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과 관련해서 수익성은 소폭 하락하겠지만 등급 상향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년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오르고 있고 원가 상승 압박을 상쇄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치는 지난 3월 현대차와 기아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박정민 피치 상무는 "공급망 차질로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공급망 차질이 완화돼도 가격 자체는 급격히 하락하지 않고 원가 상승 압력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했다"라며 "최근 1~2년간 수익성이 개선되며 올해에는 등급 전망이 상향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 글로벌 경제 심화, 중국시장에서의 부진 등의 우려가 있어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지만 최근 몇년간 이뤄진 점유율 상승을 고려했을 때 재무구조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등급상향 여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여력이 있다고 봤다. 지난 17일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제레미 주크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한국은 단기적으로 성장에 대한 역풍이 있고 가계부채 수준도 높으며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여러가지 완충 장치를 갖고 있어 경제적으로 구조적 도전 요인에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신용등급이 상향되려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정부의 재전건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높은 가계부채 비중도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레미 이사는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란 뜻은 2년안에는 등급 변화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첫번째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저감돼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정부의 부채와 관련해 재정건전화가 이뤄져야 한다. 가계부채가 높다는 건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