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속력 없는 우협에 대달려
조단위 자본확충 필요성 알려지면서
새로운 인수자 찾기 당분간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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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DB생명 실사 결과 드러난 건 결국 600명 직원을 살리기 위해서 조단위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KDB생명 매각 관련 정통한 관계자)
KDB생명 매각 후폭풍이 거세다. 산업은행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매각이 불발되면서 KDB생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산은의 매각 전략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실패에 대한 산은 책임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을 일찌감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를 장시간 진행했지만 결국 매각이 불발되었기 때문이다. 구속력 없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지나치게 매수인에게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모든 패를 다 보여주고, 결국 매각에 실패한 꼴이다"라고 말했다.
산은은 이번 매각 성공을 위해서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지난 8월 142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12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산은에서 자본확충에 나서줌에 따라 하나금융은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추가적으로 수천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인수를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판단이 부정적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정밀 실사가 이뤄지면서 실무진들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그러다 보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인수의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크게 손해본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전 참여로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개월에 거친 실사 작업을 거치면서 IFRS17 영향에 따른 보험사 실질에 대해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애당초 KDB생명 인수전 참여가 보험업에 대해 공부하자는 차원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산은은 인수 의사가 명확치 않던 인수 후보를 상대로 끌려다니다가 결국 또 다시 매각 기회를 놓쳤다. 전략의 실패란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과거 매각 실패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회사의 내부사정이 외부에 지나치게 많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사 결과를 통해서 회사의 내부 사정이 다 알려진데다 하나금융에 끌려다닌 결과 앞으로 매각에 나서더라도 인수자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서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