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해외 금융사 M&A 예고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 밝혀
해외 IB 자산 증가하면 건전성 등 리스크 우려 커질 수 있단 평
임종룡 회장 취임 직후 연달아 여는 기자간담회에 쏠리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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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수적이지만 공격적으로.' 우리은행이 내놓은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다. 해외 금융사업 확장은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지만, 글로벌에서 거둬들이는 수익 비중은 7년 후 지금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전략은 소액투자 후 인수합병(M&A)으로 발판 마련이라는, 타 금융지주ㆍ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경쟁사들은 한번씩 리스크 관리 실패로 고배를 마셨다. 경기침체로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우리은행은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유럽 거점 확보, 동남아 법인 증자 등을 통해 현재 15% 수준인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2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2022년 3억4000달러의 수익을 냈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성장 전략의 핵심은 자체 성장과 인수·합병(M&A)이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 소규모 법인 인수 등 소액투자로 시장에 신규 진출 ▲2단계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 축적 및 M&A등을 통해 성장 발판 구축 ▲3단계 현지 리딩뱅크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 그룹장은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자체 성장을 통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7%까지 늘리고 추가적인 M&A를 통해서 8%의 추가 성장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부문 수익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로만 2535억원(작년 순이익 기준)의 수익을 추가로 창출해야하는만큼 인수합병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수익 비중 확대를 위해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집중 지원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법인별 1~2억 달러씩 총 5억달러(약 6700억)를 증자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전체 수익 비중에서 동남아 3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43%로 집계됐다.
다만 경기 침체로 자산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공격적 확장 정책에 대한 의문어린 시선이 나온다. 정부는 금융의 글로벌 진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고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은 해당 진출 국가의 정부가 관리한다는 점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나가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000억원의 손실이 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해외에 있다보니 부실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윤 부문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자산의 건전성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참석자가 해외IB 자산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우려를 거론하자 "굉장히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윤 부문장은 "한국처럼 직원들이 방문하거나 하는 식의 꼼꼼한 모니터링은 굉장히 제한적이다"라며 "국경을 넘으면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산의 건전성을) 보호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날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 우리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와 함께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우리카드와 우리은행은 자동차할부금융과 소액대출을 중심으로 적절한 매물을 탐색 중으로 이르면 내년 중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하반기들어 잇따라 전략 발표회를 열고 있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번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를 준비했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숫자로 증명하면 될 내용을 자꾸 언론사를 대상으로 홍보부터 한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진의 치적 쌓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이후 우리금융이 내놓는 대외 비전이나 메시지에 대해선 관(官)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관이 원하는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거란 시장 인상이 짙다"라며 "시장에선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