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반적으로 주춤
우리금융, 유독 충당금에 실적 변동성 커
비은행 약하고, 충당금 정책 신뢰성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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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피하지 못하며 3분기 실적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린 탓에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며 자본비율도 하락하는 모양새다.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우리금융은 충당금 규모에 실적이 휘둘렸다. 2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당금을 적립한 데 이어 금호타이어 관련 충당금(700억원)이 환입되자 시장 실적 추정치 대비 높은 순익을 달성했다.
3분기 4대 금융지주는 합산 순이익 4조42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10% 하락했다. NIM 하락세도 피하지 못했다. KB금융은 3분기 1조3738억원, 누적 순이익 4조3704억원을 기록하며 4조클럽에 들어갔다. 지난해 1분기부터 상승해오던 NIM이 조달금리 상승에 하락 전환했지만 1bp 떨어지는 수준으로 방어했다. 충당금은 4486억원 전분기보다 31.1% 줄어든 규모를 적립했다. 다만 전반적인 연체율 상승이 지속되며 지난해와 비교해 경상적인 수준 자체가 크게 올라왔다는 평이다.
KB금융의 경우 KB손해보험의 일회성 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분기에는 보험사가 그룹 순이익을 끌어올렸지만 3분기에는 KB손해보험이 155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2714억원) 대비 42.9%, KB라이프생명이 604억원을 내며 전분기(988억원)에서 38.9% 줄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일회성 비용 요인을 크게 받았다. 젠투·라임펀드 고객과의 사적 화해 비용 (1200억원)과 신한은행 희망퇴직 비용(743억원)을 3분기 중 인식해 전분기 대비 3.7% 하락한 순익 1조1921억원을 냈다. NIM은 1.63%를 기록하며 전분기(1.64%) 대비 1bp 떨어졌다. 3분기 충당금으로는 4678억원을 쌓으며 전분기 대비 14.7% 줄어든 금액을 쌓았다.
하나금융의 경우 3분기 순익으로 전년과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5% 하락, 4.2% 상승한 9570억원을 기록했다. NIM은 KB·신한금융에 비해 하락폭이 컸는데 그룹 NIM은 1.79%로 전분기 대비 5bp 떨어졌으며 은행 NIM은 4bp 낮아졌다.
충당금은 보수적인 적립 기조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소폭 하락했다. 4340억원 쌓으며 전분기(4620억원)와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이중 LGD(부도시손실률)값 조정으로 인한 충당금의 경우 522억원을 적립하는 등 신한금융(약 300억원)·우리금융(260억원)과 비교해 큰 규모로 올렸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2018년 IFRS9 도입할 당시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충당금 규모에 실적이 좌우했다.
우리금융 역시 그룹 및 은행 NIM이 각각 1.81%, 1.55%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4bp 하락했지만, 순이익은 44% 증가한 89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5560억원)을 직전분기(2620억원) 대비 두 배 넘게 쌓으며 '빅배스 논란'이 제기됐던 우리금융이 다시 경상적인 수준인 2608억원을 3분기에 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분기 기준 0.48%를 기록했던 대손비용률은 3분기 0.41%로 감소했다.
여기에 이전에 적립했던 금호타이어 관련 충당금이 700억원 가량 환입되며 전년 대비 10% 내외 순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 달리 거의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우리금융의 충당금 정책이 타금융지주와 달리 일관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KB금융의 경우 3분기 충당금 규모가 줄긴 했지만 올해 1분기(6682억원), 2분기(6514억원), 3분기(4486억원) 일정 수준을 적립해왔다. 신한금융 역시 1분기(4610억원), 2분기(5485억원), 3분기(4678억원) 매분기 4000~5000억원 수준을, 하나금융도 1분기(3430억원), 2분기(4620억원), 3분기(4340억원)을 적립하며 특정 구간 내에서만 변동을 보였다.
반면 우리금융은 1분기(2620억원), 2분기(5560억원), 3분기(2608억원)를 거치며 분기 마다 두 배 넘게 늘거나 반토막 나는 등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1분기에 과도하게 적게 충당금을 쌓고 2분기에 충당금 규모를 확 늘린 감이 있다"며 "빅배스 의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새 회장이 취임한 첫 해다 보니 (큰 충당금 변동성을 두고)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