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손준비금 등 준비금 적립식의 제도 변화 가능성 多
이복현 금감원장, 런던IR서 '배당자율성' 거론하더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배당 재원 '또' 줄어드는거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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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관찰된다. 금융위원회는 '검토한 바 없다'지만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준비금을 더 쌓게 하는 방식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퍼졌다. 증권업계에선 서둘러 진위 가리기에 나섰다. 은행 관련 금융위 TF에서 은행권의 초과이익과 관련한 이야기가 여럿 오갔던만큼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만약 사실일 경우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초과이익의 기준을 어떻게 삼느냐에 따라 배당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당매력에 힘입어 상승세를 기록하던 은행주 주가엔 악재일 가능성이 컸다.
금융위원회는 곧장 해명에 나섰다. "현재 관련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라고 밝힌 것. 금융당국의 은행권 초과이익 환수 가능성은 '설'로 끝났다.
다만, 금융당국이 언제든 은행에 추가로 '돈'을 쌓으라고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은행이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게 금융당국의 기조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 스트레스완충자본에 더해 특별대손 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3분기 중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제도 시행은 시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 대손준비금 등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손준비금을 계속 쌓으라는 입장"이라며 "횡재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금을 더 쌓게 하는 식의 제도 변화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앞서 '배당자율성'을 언급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이 원장은 런던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런던 IR 2023' 행사에서 국내 금융사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자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자본 확충 능력이 갖췄다는 전제하에 배당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당시 이 원장의 '배당자율성 보장' 발언을 금융당국의 입장으로 해석했으나, 현재 상황은 이와 정반대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권의 초과이익 환수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배당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단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표를 보면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쌓게 하면 배당만 줄어들 뿐이다"라며 "이복현 원장이 런던IR 행사에서 했던 이야기와도 정반대 아니냐"라고 말했다.
물론 이 원장이 런던 IR에서 '배당자율성 보장' 발언을 했을 때에도 국내 금융사들의 '자본 확충 능력이 갖췄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추가로 준비금을 쌓도록 하더라도 말과 상황이 상반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준비금 적립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이 충분하느냐를 판단하는 게 금융당국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준을 어떻게 삼느냐에 따라 대손준비금 규모가 막대하게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