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가에 전방 수요까지 겹악재…LG엔솔과 마찬가지 구조
첨단소재 등 3대 신성장 투자는 지속…관건은 현금 관리
NCC·LG엔솔 지분 매각…"가능성 있어도 아직은 검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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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실적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 비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마찬가지로 전방 전기차 시장 불안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탓이다. 자회사 분할 후 내세운 3대 신성장 동력의 핵심인 만큼 투자자 눈길은 향후 증설 계획과 현금 관리로 모이고 있다.
LG화학은 약속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조달에 대해선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이건 LG엔솔 지분 매각이건 '정해진 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라는 얘기다.
30일 LG화학은 3분기 실적 발표회를 열고 연결기준 매출액이 13조4948억원, 영업이익이 860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LG엔솔을 제외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2777억원, 1161억원이다. 석유화학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며 전망보다 좋은 실적을 내놨지만 사업 전반 매출액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 실적이 2개 분기 연속 내리막을 탔다.
LG엔솔과 마찬가지로 전방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리튬 등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판가 조정 탓에 2차전지 소재 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으로 보인다.
첨단소재 부문은 1분기 매출액은 약 2조3600억원을 기록한 뒤 2분기 2조150억원, 이번 분기 1조7140억원으로 27% 이상 쪼그라들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9%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약 1290억원, 수익성은 7.5%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전지재료 매출액 비중이 77%에서 64%로, 13%포인트 하락한 탓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전지재료 사업 내년 전망에 대한 투자자 질문에 "3분기 수산화리튬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며 양극재 판가도 20% 이상 하락했다"라며 "4분기 리튬 가격이 지속 하락하면서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대해서도 LG엔솔과 다르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자연스럽게 시장 시선은 LG화학의 전지재료 관련 투자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조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LG화학 투자자 사이에선 LG엔솔 분사 이후 내세운 3대 신성장 사업 중에서도 첨단소재 부문 내 전지재료 사업이 사실상 핵심 동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양극재 등 전지재료 관련 증설 계획은 전기차 수요나 최종 고객사(OEM)보다 보수적으로 수립해둔 만큼 기존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 설명했다. 첨단소재를 비롯해 신약과 친환경 소재 등 3대 신성장 부문 투자를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과 관련한 계획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투자업계에선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과 LG엔솔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2025년까지 3대 신성장 부문에 10조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기존 주력이던 석유화학 업황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LG화학 진단사업 외 편광판 소재 사업을 매각했지만 아직까진 들어가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발표회에서도 여수 NCC 2공장 외 LG엔솔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LG화학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고 시기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상반기 실제로 두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다 최종적으로는 LG엔솔 지분에 대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고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조달 부담이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4분기 이후에도 LG화학 자산 매각에 대한 시장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눈총이 없었다면 80% 이상 보유 중인 LG엔솔 지분을 매각하는 게 맞는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게 사실"이라며 "NCC 매각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 EB를 재차 발행할 가능성 등에 시장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