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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최대 위기를 맞이한 카카오가 외부 인사로 구성된 내부 통제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문어발식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카카오가 잇따른 사고를 자체적으로 예방 또는 처리하지 못한다고 인정한 셈이다. 카카오의 내부 통제기구는 외부 전문가를 통한 내부 감시체계인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와 비슷한 방식이다.
카카오가 삼성을 따라하면 지금의 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까. 카카오는 이미 몇 차례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내부 조직 관리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SM엔터 인수 문제 이전에 가장 최근 시끄러웠던 사안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기습 전량 매도, 이른바 ‘먹튀’ 논란이었다.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신원근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를 포함해 경영진 8명이 약 900억원에 달하는 보유지분 44만주를 매각했다. 경영진의 주식 처분은 ‘고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결국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엔 김범수 센터장의 조직 관리 스타일과 맞닿는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범수 센터장의 리더십은 흔히 '형님 리더십'이라고 표현된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카카오는 ‘공동체’라는 말로 그룹을 표현한다. 그리고 남궁훈, 여민수, 조수용, 홍은택, 이석우, 임지훈, 류영준 등등 카카오 공동체의 대표들을 역임한 상당수는 김 센터장이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동지’들이다.
스톡옵션 매각 사안을 예로 들면, 경영진들의 행동을 김 센터장이 알고 승인해도 문제지만 김 센터장이 몰랐다면 내부 통제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이게 더 큰 문제다. 이번 SM엔터 인수전에서 빚어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SM엔터 주가 조작을 김 센터장이 알았다면 문제, 몰랐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카카오는 이미 상장한 기업도 많고 상장 대기 중인 기업들은 더 많다. 계열사 수만 160곳이 넘는다. 그런데도 그룹 경영은 말 그대로 ‘좋은 게 좋은 것’,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일련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김범수 센터장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미지수다.
뜬금없이 등장한 내부 통제기구 신설은 김범수 센터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이후에 나온 결과물이다. SM엔터 인수 이후 갑자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제기됐고, SM엔터 최종 인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여지가 생겼다. 거기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카카오의 거침없던 확장 모드에 확실한 제동이 걸렸다. 김 센터장이 수사에서 배제됐다면 과연 이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삼성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수’를 꺼내고 있다. 어찌 됐든 삼성은 설립 이래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부 조직 관리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럼에도 사회적 지탄을 계속 받고 있고 거기에 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카카오만 놓고 보면 그룹의 역사는 더 짧아진다. 사회의 감시는 사실상 이제 시작됐다. 내부 조직 시스템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데 외부 감시기구가 생긴다고 한 순간에 문제가 해결될까. 매주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다고 해결될까. 형님 리더십이 유지되는 동안엔 어렵다. 카카오는 삼성이 아니다.
입력 2023.11.01 07:01|수정 2023.11.01 07:03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0월 31일 10: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