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경쟁 위해 성과급 지급 부담 커져
우수인재 확보해야 하는데
FY2024에는 비용통제도 안할 수 없는 상황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안진회계법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빅4 회계법인'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큰 매출격차로 4위로 떨어졌음에도 불구, 다른 회계법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누적된 부진 여파로 재무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보상을 박하게 하자니 있는 인력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연임에 성공한 홍종성 안진회계법인 대표는 비용통제와 더불어 우수인재까지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하게 됐다.
안진회계법인은 2023년 회계연도에 매출 5046억원, 당기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다. 회계법인은 인건비와 임대료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고정비가 없기 때문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드물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인건비 관리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안진회계법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인당 보수는 1억1678만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이에 대해 “미래 성장을 견인해 나갈 인재 확보를 위해 예년 보다 공격적인 채용 및 기본급 인상을 실행한 바 있다”며 “시스템 도입 비용, 미래 자산 확보를 위한 테크기반 솔루션 개발 비용 등이 증가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건비 중에서도 성과급이 실적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풍년, 신외감법 도입 등으로 일감이 늘어나자 회계법인들은 공격적으로 급여를 올려 인재 영입에 나섰다. 기본급을 올린 것은 물론 성과급 경쟁까지 치열하게 벌어졌다. 성과급을 얼마나 후하게 주느냐에 따라 인력 확보 결과가 달라지니 회계법인들은 성과급 규모를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안진회계법인은 빅4 중에서도 경력직 공개채용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파가 수년간 누적되며 부문별 주요 인력들이 대거 이탈했고, 이에 따라 영업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딜로이트 본사에서 경쟁사 유력 인재를 영입할 때 자금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다른 회계법인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인력들은 안진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기기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웬만큼 일을 하는 인력들에 대해선 업계 최고 수준의 영입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이 인재유출을 막기위해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과 성과급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다 보니 이에 따른 비용증가가 컸다“라고 말했다.
안진회계법인 경영진으로선 당장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도 성과급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신규 영입은 물론 기존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잡기 위해서도 후한 성과급을 책정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빅4 회계법인은 2024년 회계연도에서 매출 역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감은 줄고 이탈 인원은 줄어드니 현재의 인건비 수준을 감내하기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울며 겨자먹기로 보수 경쟁에 뛰어든 안진회계법인은 더 난처한 처지다. 직원들은 왜 삼일회계법인만큼 주지 않느냐 아우성인데, 경영진은 적자 속에 내년 성과급은 어떻게 지급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자연스레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선 그간 홍 대표 체제에서 확장했던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부동산 자문에 힘을 줬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인 ‘피알게이트’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컨설팅, IT 보안 등 다양한 기업 인수를 검토하기도했다. 경쟁이 쉽지 않아진 감사·자문 등 본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인데 성과는 아직 신통치 않다.
이 과정에서 비회계사 출신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계법인의 핵심은 회계사여야 하는데 지난 몇년간 비회계사가 대거 늘어났고, 시장 일감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활용법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한 법인이라 보수 체계도 동일하게 맞춰놨다 보니 회계사가 비회계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한 빅4 회계법인 출신 파트너는 ”글로벌하게 빅4에서 비회계사 출신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적자로 인해 파트너들이 가져갈 몫이 줄어들다 보니 편가르기 양상이 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