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률 1% 아래로 낮추면 AMPC 덕 흑자 가능
거시 불안 이어지겠지만…"증설은 계획대로 진행"
SK이노 사업에 나쁘지만은 않은 전기차 둔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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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메탈 가격 하락으로 2차전지 산업 전반 실적이 꺾이는 추세 속에서 다음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목표를 내놨다. 전방 전기차 시장 판매 둔화 및 판가 하락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증설 계획 역시 예정대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3일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19조8891억원, 영업이익이 1조563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3분기 중 유가와 정제마진이 큰 폭 상승한 덕에 시장 전망치를 훌쩍 넘기는 호실적을 내놨다.
자회사 SK온은 우려대로 전 분기보다 매출액이 줄어든 가운데 3분기 861억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신공장 수율을 끌어올려 생산성을 대폭 개선한 덕에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늘었지만 메탈가 하락이 이를 대부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률은 약 3%로 출범 이후 가장 낮은 폭으로 떨어졌다.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SK온이 4분기엔 분기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을 예고한 점이다.
이날 SK온 관계자는 "4분기 전기차 수요 성장세의 단기적 둔화 및 메탈가 하락 영향이 예상된다"라며 "해외 신공장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 AMPC 수혜 증가를 통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K온의 자신감은 신공장 수율을 잡으며 생산성이 늘어난 결과 AMPC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AMPC 보조금이 셀 업체 마진에 약 1~1.5%포인트 개선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판가가 하락하며 매출액이 줄어들더라도 부정적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을 높이면 영업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메탈가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판가 변동은 분기에 한 번 반영하기 때문에 일시 래깅효과 이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3분기 3%를 기록한 영업손실률을 1% 이하로 낮추면 AMPC 덕에 소폭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시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년 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온 역시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문제나 고객사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변수를 부인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가동률 조정, 인건비 상승 등 불안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25년까지 예정된 증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온은 2024년 2분기 중국 옌청공장, 2025년 1분기 포드와의 북미 JV, 4분기엔 현대차 북미 JV 상업 가동을 앞두고 증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88GWh 수준인 생산능력은 2025년 약 220GWh 이상으로 늘어난다. 전방 시장 불안 외 거시 변수가 누적되는 가운데 생산 능력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정유 사업이 호기를 맞이한 것은 다행이란 평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엔데믹 이후 시장 석유 수요가 정상화하며 2024년까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예정된 공급 증가분 이상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거란 얘기다.
증권사 석유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카본을 대표하는 정유와 논카본을 대표하는 배터리, 정반대 성향 사업 포트폴리오 탓에 SK이노베이션이 어느 한쪽도 가치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투자자 불만이 많았는데 현재 업황에선 오히려 균형을 맞춰주는 득을 보고 있다"라며 "정유 부문 사업성 관점에선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론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모처럼 큰 폭 상승세를 보다. 지난 1일 3년내 최저점에 가까운 12만100원을 기록한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상승하며 13만7100원대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