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관 선정 움직임…삼성물산 주주환원책부터 마련
삼성물산 자사주 5년간 소각…매년 블록딜 이어질 전망
삼성전자 주담대도 이어질 듯…주담대 4조 이자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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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일가의 상속세 마련 부담이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향하고 있다. 그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한 삼성SDS 지분을 모두 소진한 데다 보유 지분 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올 들어 내놨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사실상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삼성물산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보유 지분 0.65%를 처분하기 위한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이 사장 보유 삼성물산 지분은 5.63%로 줄어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특별관계자 전원의 삼성물산 지배력은 33.3%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게 됐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삼성SDS도 각각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사장이 보유 지분에 대한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세 모녀 모두 내년 4월 돌아오는 네 번째 상속세 납부기일을 앞두고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에 나선 것이다. 삼성가 피상속인은 매년 약 2조원 규모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재용 회장을 제외한 세 모녀가 부담할 상속세는 한 해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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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남은 세 번의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홍 전 관장을 제외한 이부진, 이서현 자매는 매년 11월 삼성SDS 지분 블록딜 계약을 맺어 이듬해 4월 상속세를 부담해 왔다. 삼성SDS는 일가 보유 계열 주식 중에서 지배구조상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부진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보유 삼성SDS 지분을 모두 처분하게 됐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시장에선 일가 보유 삼성물산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속세용 재원인 삼성SDS 주식을 소진하고 나면 배당이나 급여만으로 남은 세 번의 상속세를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예정된 수순이란 평이 많았다"라며 "연초 실제로 블록딜 주관 선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가의 삼성물산 지배력 유지를 감안해 자사주 소각 계획부터 마련하기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2027년까지 5년에 걸쳐 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을 결의했다. 공교롭게도 주주환원책이 일가 상속세 연부연납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구도다.
첫 자사주 소각(감자) 결정 공시 이후 기존 33.47%이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33.93%로 늘어났다. 이 덕에 이부진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0.65%를 처분해도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33.3%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행 상법상 지분 33.3%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과 결부해 안정적 지배력을 가르는 상징적 수치로 통한다. 삼성물산 이사회가 매년 자사주 소각 규모를 결정할 예정인 만큼 내년 이후에도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삼성물산 지분으로 필요 상속세를 모두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주식담보대출 규모와 이로 인한 이자 부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세 번째 상속세 납부기일 직후인 지난 4월 홍 전 관장과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관련 대출 계약이 큰 폭으로 늘었다. 현재 세 모녀가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총액은 약 3조4000억원, 삼성물산까지 포함하면 4조원 이상이다. 당초 약 3% 선이던 대출이자는 지난 10월 최대 5.85%까지 늘었다. 매년 부담할 대출이자는 약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