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줄이려 몸값 싼 인도 활용 고민
인도선 1/10 비용으로 비슷한 결과물 도출
안진·삼정 등 원펌에 멤버펌 삼일도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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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계법인들이 인도 시장을 활용하는 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건비가 높은 한국 인력을 활용하기보다 몸값이 싼 인도의 회계 전문가에 일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일을 싸게 처리할 방도를 마련해두면 장기적으로 인력 유입량을 조절해가며 인건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회계법인들은 작년까지 쏟아지는 일감에 호황을 이어갔다. 투자사와 자문사 등 회계사 인력 영입 수요도 많았던 터라 인력 유지에 애를 먹었다. 회계법인들이 인력 영입 경쟁을 벌이는 사이 회계사들의 인건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법인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5년차 정도면 연봉 1억원을 달성하게 됐다.
불과 1년 새 상황이 급반전했다.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일감이 줄어든 회계법인들은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작년엔 신입 100명 뽑으면 숙련자 50명이 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올해는 퇴사를 안해서 고민이란 푸념이 많아졌다. 몸 무거워진 직원들을 당장 어찌하기 어려우니 부진한 부문을 축소하거나 파트너들을 압박하는 ‘우회’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 국내 일감을 하청주는 것도 인건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IT와 수학에 밝은 인재들이 넘쳐난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도 인건비는 선진국 수준을 한참 밑돈다.
미국의 글로벌 회계법인이 이 점에 먼저 주목했다. EY는 여러해 전부터 인도에 분석 일감을 맡기는 방침(GDS, Global Delivery Service)을 펴왔다. 인도는 미국과 지구 정반대 쪽에 있다 보니 미국에서 퇴근하면서 인도 쪽에 일을 맡겨두면 다음날 출근하면서 결과물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사실상 24시간 일하는 체제다. 같은 일을 해도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니 딜로이트나 PwC와의 수임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EY는 글로벌 원펌(One firm) 체제다 보니 EY한영에서도 인도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분석 결과물의 질은 한국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빠르고 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통역 일을 하던 인력을 영입해 한국어 번역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무를 맡기기 위해 고비용 인력을 뽑거나 유지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인도 회계사 인력들은 실력이 좋고 시급도 비싸지 않아 500만원 정도 비용을 쓰면 한국에서 3천~4천만원 들여야 가능한 수준의 결과물을 가져 온다”며 “글로벌 EY도 싼 비용에 일을 두 배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감을 따내는 데 있어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다른 원펌 체제인 딜로이트도 인도에 딜리버리 센터를 두고 현지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인건비 감축 및 인도 시장 확대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 딜로이트안진도 최근부터 실사 보고서나 M&A 시 투자안내문(티저레터) 등 일감 일부를 인도에 넘기고 있다. 파트너마다 1년에 한 번 이상은 인도 딜리버리 센터를 이용할 것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로이트안진은 감사나 자문 등 전통적인 일감 외에 신사업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터라 인건비 부담이 경쟁사보다 더 크다는 평가다. 현재 인력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보니 당장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한편, 인도 시장을 활용해 ‘고비용’이 들어가는 영역을 점차 줄이려는 상황이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큰 관심사가 아니지만 딜로이트안진은 인건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딜리버리 센터는 글로벌 정책이지만 딜로이트안진도 1천만원을 쓰면 1억원 수준의 일을 해주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멤버펌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PwC도 EY나 딜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인도 시장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삼일PwC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PwC 제휴 법인들은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집합체적 성격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실효적인 제휴를 고민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진 시장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삼정KPMG도 멤버펌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당장 인도 시장과 큰 접점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아시아가 아닌 유럽과 같은 영역(Area)으로 묶여 있어 업무를 조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