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중단된 지 3년째…"진척 움직임도 無"
기존 완공 목표 2028년, 현재 속도라면 늦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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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전방위적 사업 확장에 공들이는 가운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그룹의 가장 큰 현안으로 꼽혔지만 이젠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 모습이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통합 사옥 건립을 위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은 설계 변경을 위해 용역을 맡기거나 하는 현재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지난 2021년부터 계획 원안인 105층 대신 50층이나 70층 오피스 빌딩을 짓는 안이 검토되고는 있지만 진척이 없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설계 변경 인허가 기간, 공사 일정을 고려하면 기존 완공 목표였던 2028년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GBC 개발 사업에 진척이 없다. 설계 변경안 제출과 관련한 용역 자체가 개시가 안된 상황"이라며 "설계사를 고용해 설계를 다시 짜고 인허가 절차를 밟으려는 움직임이 안보인다. 설계 및 인허가에만 2~3년은 걸릴 것이고 공사를 하는데 5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준공에 7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GBC 개발 사업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오랜 염원이 담긴 숙원사업이다. 정몽구 회장의 4대 숙원사업으로 세계 자동차업계 5위 진입, 현대가 전통 계승, 고로 제철소 준공 그리고 통합사옥 건립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GBC 계획을 처음 구상한 건 2006년으로 알려진다. 서울 성수동에 지으려했지만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그 뒤 2014년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당시 감정가의 3배인 10조원을 베팅해 매입에 성공했다. 고가 인수 논란이 적지 않았으나 그만큼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강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의 보급형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GBC 건립을 구상했단 평가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GBC 공사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라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GBC 개발 사업을 재검토했다. 앞서 GBC는 공군부대 작전 방해, 봉은사 일조권 침해 분쟁 등으로 높이가 변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대차그룹 GBC 테스크포스(TF)는 국방부에 105층으로 계획 중이던 GBC 타워의 높이를 낮추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최고층 건물이란 상징성에 들어갈 조 단위 비용을 아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이해관계가 달라진 영향이란 해석이 나온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다"라며 ""통합사옥을 짓는 것보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원안대로 105층을 짓지 않더라도 최근 공사비가 오른 것을 고려하면 수 조원의 자금소요는 불가피하단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른 건 사실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완전한 우위를 점한 것은 아니다.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테슬라와 가격경쟁에 나선다면 오히려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32년까지 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3분의 1을 전기차 부문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보다 공격적인 전기차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은 전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를 주요 구동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에선 전장 부품의 비중이 커지면서다. 전장사업이 '돈 벌어다 주는 효자'로 신분상승하며 투자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GBC 개발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GBC 사업 방향성에 대해 지시가 없어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착공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손실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 측 관계자는 "GBC 개발 사업 설계안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