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결정 늦어지며 인수 준비 부족
몸값·업황 부담…유찰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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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7일 M&A 업계에 따르면 최근 LX그룹은 HMM 인수 작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매도자 측에 공식적인 의향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HMM 인수를 추진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 측은 HMM 인수전 이탈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LX그룹은 HMM 매각설이 거론될 때부터 유력한 원매자 중 하나로 꼽혔다. 작년 한국유리공업,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하는 등 사세 확장에 공을 들여 왔기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을 앞세워 HMM 인수전을 준비해왔다.
LX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LX판토스 중심의 기존 물류 역량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경쟁사보다 인수전 참여 결정이 늦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이 늦으니 인수 준비도 차질을 빚었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각각 EY한영과 삼정KPMG를 실사 자문사로 선임한 데다 삼일PwC는 매각 자문, 딜로이트안진은 LX그룹 감사인이었던 터라 빅4 회계법인을 선정하지 못했다. 실사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분위기다.
일찌감치 대형 금융사 진용을 구축한 하림이나 동원그룹과 달리 인수금융을 맡아 줄 금융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최근 한 대형 금융사와 협업을 논의했으나 결국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에 앞서서는 경쟁사와 일하고 있는 금융사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LX그룹이 자력으로 HMM 인수 대금 대부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LX인터내셔널은 연결기준 조단위 현금성 자산이 있지만 이 중 실제 지분투자금(Equity)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은 수천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까지 14조6475억원(잠정)이던 매출은 올해 10조799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77억원에서 3546억원으로 줄었다.
LX그룹 입장에선 당장 수조원에 달할 HMM 인수자금 외에 꺾이는 해운업황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운 운임 하락이 이어졌고, 내년 이후부터 장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 그룹의 명운을 거는 것보다 다른 M&A 기회를 노리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PT. Adhi Kartiko Pratama) 지분 60%를 132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만약 LX그룹이 이탈한다면 HMM 매각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여전히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무리한 가격에 인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막판까지 금액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터라 금융사들도 이들 기업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인수후보 측 금융사 관계자는 “막판까지 가격 고민이 이어지다 보니 금융사 입장에선 금액을 최대한 열어두고 무한정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수자들이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LX그룹까지 빠진다면 유찰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