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문 위축기조 지속…직원 감소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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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이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부동산 투자부문을 줄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규 투자는 진작에 중단된 데다 앞으로는 사후관리 위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내부에서는 부동산 관련 부서가 축소되거나 인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1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 출신인 정영균 신임 IB그룹장이 부임한 뒤 첫 출근일을 맞았다. 올해 10월까지 IB그룹장을 겸직하던 성영수 하나은행 CIB 부행장의 뒤를 잇게 됐다. 정 신임 그룹장은 과거 하나은행, 하나증권 등을 거쳐 2015년 삼성증권으로 이직해 IB1부문 투자금융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업계선 통상 하나은행 출신이 맡아왔던 IB그룹장에 삼성증권 출신인 정 신임 그룹장이 선임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신임 그룹장은 과거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을 거쳤지만 직전까지 삼성증권 IB부문에 몸 담으며 정통 '하나맨'이라기보단 'IB 전문가'란 타이틀이 더욱 어울린단 평이다. IB 부문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는 의견이다. 즉, 부동산 부문에 치중됐던 하나증권의 IB 부문이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정 그룹장은 과거 하나증권에 재직하던 시절 커버리지본부에 몸 담는 등 기업금융 부문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삼성증권 본부장 시절 대성산업가스 인수금융, CJ대한통운 및 CJ제일제당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자문, EMC홀딩스 인수금융 등을 맡은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하나증권 부동산 부서에서는 또 한 차례 지각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떠오르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구조화본부가 없어진 뒤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부서에서 임직원들이 대거 이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부문 내 부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부서가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부동산 부문의 손실은 하나증권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 순손실 488억원, 489억원을 내며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PF 및 브릿지론과 1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잔존해 있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 중 약 5000억원 규모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 관련 충당금을 미리 쌓아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은 부동산 부문에서는 신규 투자는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 신임 그룹장이) 대체투자 부문에선 사후관리 위주로 맡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금융 부문은 오히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나증권은 IB그룹 내 부동산 부문과 기업금융 부문이 합쳐져 있는데 내년 초 기업금융본부(ECM·DCM) 등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올해 초 ECM(주식자본시장) 및 DCM(부채자본시장) 등 전통 IB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정 신임 그룹장이 조직개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 그룹장이 과거 하나은행을 거쳐 하나증권에 있을 무렵 다른 하나은행 출신 임원들과 인수금융 업무를 주도해 내부에서도 관련 인맥들이 많다”라며 “IB그룹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세부 사항을 맡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