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장사 감사뿐 아니라
회계법인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도 점검
타국 회계법인 감사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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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과 미국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손잡고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을 감사한다. 올해로 빅4 회계법인 모두가 한 번씩 감사를 받았으며, 앞으로 정례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감사에 회계법인들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PCAOB가 자국 기업과 회계법인을 감사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9일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금감원과 PCAOB가 함께 삼일회계법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과 PCAOB는 6주에 걸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금감원과 PCAOB가 따로 감사를 진행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에는 양 기관이 함께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양 기관이 함께 국내 빅4 회계법인을 감사하고 있다”라며 “금감원과 PCAOB가 MOU를 맺고 진행하고 있는 사안으로 2년 전에는 삼정과 안진이 올해에는 삼일과 한영이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PCAOB는 미국 상장사의 회계감사를 감독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연방기구는 아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는다. 수십년간 회계감사를 해 온 전문인력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2년 ‘엔론사태’를 겪으면서 회계부정에 대한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설립된 조직이다.
빅4 회계법인들은 금감원뿐 아니라 PCAOB로부터 동시에 감사를 받으면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회사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뿐 아니라, 회계법인 자체의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감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문제가 발견되면 금감원과 PCAOB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긴장하고 있다. 쿠팡과 KB·신한·우리금융지주, SK텔레콤과 KT 등이 미 증시에 상장돼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이 PCAOB로부터 감사 선진기법을 배우고 있다”라며 “회계법인들은 관련 자료 제출 등으로 정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PCAOB가 미국이 아닌 타국 회계법인을 감사하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중국에선 PCAOB가 자국 기업과 회계법인을 감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다가, 올해에서야 제한적으로 PCAOB의 감사를 허용했다.
금감원과 PCAOB가 십여 년 전 MOU를 맺은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PCAOB가 국내 회계법인을 감사하는 것에 대해서 금감원과 협조하에 진행한다는 방식으로 허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 합동 감사는 금감원이 PCAOB의 선진기법을 배운다는 의미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으로서도 PCAOB의 역량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며 ”2년 또는 3년마다 합동 감사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만큼 빅4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도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