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만 생각하면 주주들 “괜찮다” 할 일이지만
이전보다 일본주주 등 VIP 의전 고민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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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인천공항 내 은행 사업권 입찰 결과가 최근 금융권의 화제다. 이 사업권 가격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진행된 입찰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한때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몰려들 때 면세점 입찰을 보는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
비용만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들지만, 은행들이 이처럼 ‘돈 보따리’를 싸들고 달려든 이유는 비단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다. '상징성'·'의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진행된 입찰 결과 인천공항의 터줏대감이던 신한은행이 방을 빼게 되며, 여러 뒷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내 은행 환전소 운영사업권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 3개 사업권 가운데 제1사업권 우선협상대상자에는 KB국민은행이 선정됐다. 1사업권은 영업점, 환전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28개를 운영할 수 있다. 2사업권은 우리은행이, 3사업권은 하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전까지 2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신한은행은 고배를 마셨다.
이전까지 10년간 인천공항에 발을 못 붙혔던 KB국민은행은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 1년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수용 금액만 7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대비 100억~200억원 많은 금액으로 전해진다. 2014년과 2017년에 연거푸 탈락하면서 칼을 갈았다고 한다.
KB국민은행이 향후 10년간 지불해야할 임대료와 부대비용은 1조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성으로만 따지면 적자사업이다. 환전 수수료 만으로 이 막대한 금액을 감당하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단위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우선 ‘상징성’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관문에 은행 점포가 있다는 상징 가치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입찰에 응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트래블월렛’, ‘트래블로그’ 등 수수료 없이 환전이 가능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은행에서 수수료를 떼고 환전하는 것은 이제 구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보다 더 적자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주주들 입장에선 그 비용을 지불하고 사업권을 확보하는게 맞는지 의문을 가질 듯하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처럼 통 큰 베팅을 하지 못한 이유도 결국 적자 사업에 이렇게 큰 금액을 지불하는게 맞냐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주주만 생각하면 마냥 “괜찮다”라고 하기 힘든 속사정이 있다는 평가다.
공항 점포는 비단 환전 고객뿐 아니라 VIP 고객 등의 의전을 위해서 활용된다. 공항 외곽의 점포에서 귀빈을 모시는 것보다 당연히 공항 안에서 바로 맞는 것이 피차 좋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은행들이 해외 주주들에 공을 들이지만 신한은행은 특히 창업공신의 후예들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중요성이 크다. 이들은 지금도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해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사실상의 최대 주주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재일교포 주주들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자 직을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공항 내 신한은행 점포가 없어지면 이런 '의전' 용도 면에선 아쉬운 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처럼 의전 대행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그렇다 해서 재일교포를 비롯한 해외 주요 주주들이 공항 내 거점을 기반으로 이전같은 의전을 받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많다.
물론 무작정 질책할 일은 아니라는 평도 없지 않다. 올해 3분기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 뿐 아니라 하나은행에도 수익성에서 뒤졌다.결국 이번 인천공항 사업권 입찰 결과는 비용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신한은행의 현상황을 상징하는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