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임대 계약 해지· 임대료 감액 협상…비용 절감 차원
국내 금융기관이 투자한 해외부동산 중 위워크 임대 어쩌나
베스타스운용과 KB증권이 사들인 섀프츠베리 매각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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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유경제의 아이콘이었던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몰락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한 해외부동산 중 위워크를 주요 임차인으로 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공실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에 자산가치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6일 미국 뉴저지주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위워크는 공유경제와 부동산 임대 개념을 더한 테크기업을 표방했지만, 부동산 임대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형 건물을 장기 임차한 뒤 스타트업에 재임대하는 사업방식이었는데, 지점을 늘리는 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고 임대가 안 되면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위워크가 지불해야 하는 임차료와 이자가 연 매출의 80%에 육박한다.
위워크 파산보호 신청으로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위워크의 주요 사무실 임대차 계약 해지가 이슈로 부상하면서다. 외신에 따르면 위워크는 북미 지역 69개 지점의 임대차를 우선 종료할 예정인데 38곳이 뉴욕이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견조한 한국의 경우 영향이 적다고 알려진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사무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위워크 유럽 법인들도 재무를 관리하는 데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임차한 오피스빌딩 소유주에게 계약 조기 해지 및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위워크와의 임대계약은 유럽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공실 리스크로 언급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위워크의 파산설이 제기되면서 위워크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게 리스크로 부상한 지 꽤 됐다. 공실 가능성이 생기면서 자산가치 하락이 가속화된 것인데 위워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미 및 유럽 지역 투자 건이 대다수인데 위워크를 주요 임차인으로 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임대료 감액 협상 및 공실률 증가에 대응하며 부동산 정상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KB증권과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사들인 런던의 섀프츠베리애비뉴 125번가의 오피스빌딩은 위워크 경영난 여파를 직격타로 맞았다는 평가다. 위워크와 20년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지만, 위워크가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혀 대규모 공실이 발생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관련업계에선 이 빌딩이 매입가(약4400억원)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팔릴 것으로 본다. 새마을금고와 KB증권이 지분(에쿼티) 투자 방식으로 1800억원을 댄 것으로 알려진다.
베스타스운용이 지난 2019년 하나증권과 함께 사들인 아일랜드의 샤르몽익스체인지(매입가 약1865억원) 빌딩도 위워크를 주요 임차인으로 두고 있다. 인수 당시에는 위워크와 장기임차를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하나증권이 총액인수한 지분은 국내 금융기관들에 전액 셀다운(재매각)된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펀드 만기가 돌아오는데 큰 폭의 자산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 중인 아일랜드의 랜딩2 빌딩은 최근 펀드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일찍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해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하나증권과 손잡고 약1450억원에 인수한 오피스 빌딩으로 주요 임차인이 위워크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 위워크 파산보호 신청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증권이 지난 2021년 투자한 미국 워싱턴 미드타운센터는 주요 임차인이 미국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지만, 10% 이상을 위워크가 사용 중이다.
한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위워크는 비용절감을 위해 임대료를 줄여달라고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선 투자자들을 생각해 수익률 감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후속 임차인을 찾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 자산가치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