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빅4 집중도 높아지지만
대형은행이 금융시스템 안정화 기여 인정
포퓰리즘 아젠다 보다 은행 과도한 임금 등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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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 비판에 뭇매를 맞던 은행들이 ‘횡재세’ 논란에까지 휘말렸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비난이 은행업을 향하는 모양새다. 희망퇴직금 등 일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는 비용이 있긴 하지만, 막무가내식 과세보다는 은행의 이익을 사회 시스템 확충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 시장인 미국의 경우에도 이른바 '빅4'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며 이들이 올리는 이익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이바지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 연방예금공사(FDIC)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대 은행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3분기 수익이 4400여곳에 달하는 미국 은행 전체 수익의 45%를 차지한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5% 보다 더 높아진 수치로, 과거 10년 평균치인 39%에 비해서도 대폭 상승한 수치다. 미국 4대 은행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반면, 4대 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의 이익은 3분기 평균 19%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일부 지방은행이 파산하면서 예금자들의 자금이 대형은행으로 쏠리는게 원인으로 거론된다. 대형은행에선 자금 유출이 없는반면 중소형은행들은 더 높은 예금이자를 통해서 예금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예금이자에 대해 연간 2% 미만의 금리를 제공했다. 전체 예금 계좌의 40% 이상이 예금 이자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빅4에 수익이 집중되지만, 미국에선 이들에 대한 ‘횡재세’ 논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횡재세란 적정 산업군에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때, 세금으로 이를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등 일부국가에선 은행에 대한 횡재세 논의도 있었지만, 미국에선 대형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대형은행이 미국 은행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초 지방은행이 줄줄이 파산하는 가운데 미국 대형은행들이 구제금융을 통해서 미국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인 바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대형은행 11곳은 파산 위기에 몰렸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달러(약 39조원)을 예치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한 바 있다.
대형은행의 수익이 집중되는 것은 이러한 구제금융에 대형은행들이 동참하면서 기인한 바가 크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억울해 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과점적 지위로 지나치게 큰 수익을 거둔다고 비판받지만 이들 역시도 미국 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형화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은행의 퇴출, 기업구조조정 및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은행시스템 안정성 도모라는 목적을 위해서 정부주도로 은행간 합병이 추진되었고, 5대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은행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대형화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현재의 과점체제가 형성된 것이다”라며 “은행을 부도덕한 기관으로 낙인찍기 전에 은행이 금융시스템의 최후의 보루란 점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들의 과도한 이익을 지적하기 보단 은행 임직원에 대한 과도한 보수 등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 체제가 되면서 과점화에 따른 혜택이 임직원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2015년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원의 평균연봉은 미국의 두배가 넘었다. 은행원 1인당 희망퇴직금은 5억4000만원에 이른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문제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임직원들의 인건비 등으로 지출된다는 점이다”라며 “횡재세와 같은 포퓰리즘적인 접근 보단 은행의 이익을 주주가치 및 금융시스템 개선 등 사회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