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 자금조달 핵심 중추로
보유한 7000억 센터필드 지분 매각 가능성 부상
개발 사업 줄 잇는데...곳간 비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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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신세계‘가 전략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선봉에는 신세계그룹의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신설된 경영전략실장을 겸임하는 중책을 맡았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한 알짜자산인 강남의 ‘센터필드’ 지분 매각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신세계그룹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겸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사장)을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했다. 2015년부터 그룹 전략실을 이끌어 온 권혁구 사장은 8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전략실은 신세계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직속으로 운영된다. 이마트를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문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주)신세계 모두를 관장하는 그룹의 핵심조직이다. 속칭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명희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선봉장인 셈이다.
새롭게 경영전략실장으로 부임한 임 사장은 2015년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보로 승진한 이후 2016년 12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9월부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스타필드 사업을 주도한 ‘개발통’으로 꼽히며, 이명희 회장 주도하에 이뤄지는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 혁신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이번 인사로 신세계프라퍼티의 그룹 내 위상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그룹의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2013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90%, 10%씩 출자해 설립됐는데 2017년 이마트가 신세계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현재 스타필드, 테마파크 사업 등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대형 자산개발 프로젝트들을 주도하고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이마트의 재무여건이 악화하면서 그룹의 자금조달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이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도 그룹 재무구조 개편 등 사업체질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경우 차입금의존도가 올해 상반기 기준 34.3%로 올랐다. 총차입금 규모도 10조9879억원으로 2020년 이후 4조원 이상 급증했다. 유통업 부진 속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베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SK와이번스 인수 등으로 차입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적하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핵심적인 역할을 신세계프라퍼티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그룹 내 자산유동화를 위한 리츠AMC 설립에 나선 바 다. 이를 통해 그룹의 주요 부동산 자산 등을 유동화하면서 그룹 재무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의 재무구조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한 강남 프라임오피스 빌딩 센터필드 지분 49%를 현금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거나 현재 준비 중인 신세계리츠(가칭)에 매각할 수 있단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센터필드 지분 매각 계획 및 리츠 편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센터필드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신세계프라퍼티 재무여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최근 3년간 평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200억원 수준인데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할 금액이 2~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외부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사업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신세계프라퍼티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할 금액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창원(예상 사업비 5600억)·청라점(1조3000억원)을 준비 중이고 프라임 오피스·리테일(소매)·호텔 등이 어우러진 동서울터미널 프로젝트(1조1000억원)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화성테마파크 조성에 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3월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감안했을 때 신세계프라퍼티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3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과 각종 비용은 8000억원 수준으로 신세계프라퍼티의 유동성으로 현재의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올해에도 ㈜스타필드수원 유상증자 참여(1200억원), 테마파크 사업 토지 대금 납부(250억), 스타필드 신규 출점 사업비등으로 1800억원을 지출했다.
모회사인 이마트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지출 규모가 이마트의 지원 규모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이마트가 증자한 대금은 5900억원 수준이지만 같은기간 신세계프라퍼티가 각종 사업비 및 미국 와이너리 인수에 쓴 금액은 증자대금의 세 배를 넘는 1조6700억원이다.
최근엔 이마트의 지원을 바라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 이미 신세계프라퍼티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는 3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유통업계선 조달 자금을 차환과 대규모 프로젝트 비용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엔 스타필드 하남 유상감자를 통해 100억원 규모의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영록 대표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로 이동했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야할 니즈가 커졌다는 것"이라며 "신세계그룹 전반적으로 곳간 사정이 여유롭지 않고 고금리로 자금조달이 만만치 않아 그룹차원에서 자산 유동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중책을 맡은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몇년간 리츠업계에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