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에서 전액 인수…PF 부실로 적자폭 커지며 추가 지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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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인수 방식으로 하나증권을 지원키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재무제표로 잡힌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본지원으로 분류된다. 그간 하나금융지주는 보통주 증자로 증권에 자본지원을 해왔다.
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은데다, 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그간 급격히 저하됐다는 점에서 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 인수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화로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이후에 추가 지원책이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오는 30일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사모 형태로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한다. 1000억원은 채무 상환을 위해, 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자본적정성 지표를 유지하면서 향후 영업을 위한 자본여력 확보 측면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하나금융이 하나증권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과 같다는 평가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임에도 만기가 30년 이상 장기물이기에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증자를 하지 않고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하면서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안팎에선 상반기부터 하나증권 증자설이 확산됐다. 4~5년전 해외 부동산 열풍이 불던 시기에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린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부동산(오피스)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에 하나증권은 초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을 털어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2조4000억원으로 업계서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사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자회사 출자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 인수를 통한 자금수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6월말 기준 125%로 9300억원 수준인데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에 3500억원을 투입하고 나면 출자여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5년간 하나증권에 2조70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증자를 지원했다. 그러나 하나증권의 ROE는 지난해 2.24%로 그룹 전체 ROE 10.28%에 크게 못 미쳤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아예 적자 전환했다. 증권의 부진으로 인해 지주는 자본 활용도를 제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배당 방식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주의 자본지원에 대해 증권이 일정부분 부담을 지는 셈이다. 신종자본증권 인수 금액은 이중레버리지비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주는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증권은 해당 지원에 대해 일정부분 상환(배당)책임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운용의 묘'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1500억원의 자금수혈로 충분한지 여부다. 하나증권의 유상증자 규모가 조단위까지 거론됐던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추가로 계열사 지원에 나설 필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적당한 비은행 매물을 모색해야하는 시점에 하나증권 부담까지 더해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1500억원 규모의 지원으로 하나증권이 부실을 털어낼 수 있을지가 남은 이슈"라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증권가에는 하나증권에 조 단위의 증자 지원이 필요할 거란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