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원래 기술특례상장 완화가 '골자'
파두 사태 터지며 갈피 못잡는 가운데…증권사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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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가 파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증권사 소집에 나섰다. 당초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완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준비했지만 반도체 팹리스업체 파두가 논란에 휩싸이며 스텝이 꼬인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는 오는 24일 기업실사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연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소집된 것으로 알려진다. 반도체 팹리스업체 파두가 부실실사 의혹을 받고 있는 영향이다. 이 자리에선 기업실사 개선 방향에 대해 주요하게 논의될 예정이다.
제2의 파두 사태를 막을 방지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거래소가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을 발표했지만 파두 사태를 막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이번에 공개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은 기특상장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준비된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지난주에 발표한 시행세칙 개정안은 기특상장 조건 완화를 위해 금융위가 지난 7월 확정한 내용의 후속조치다. 심사단계 애로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절차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관사 책임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이에 시행세칙 개정안에는 딥테크 기업 등에 대한 기술 평가를 현행 2개에서 1개로 완화하고 기특상장 대상 중소기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거래소의 기특상장 시행세칙 개정안 내용은 대부분이 파두 사태와 상관없이 추진하려던 것"이라며 "부실실사 전력이 있는 주관사에 풋백옵션을 부여하는 내용 정도만 파두 사태를 의식해 추가로 넣은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은 지난 7월 금융위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 후속조치다"라고 말했다.
즉, 거래소의 시행세칙 개정 목적이 파두 사태 재발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기특상장에서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제2의 파두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거래소는 기특상장 기업이 조기 부실화할 경우 주관사의 풋백옵션 등을 추가로 부여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투자자의 손실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특별히 행위를 제한하는 패널티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특상장 기업이 부실화할 경우 피해는 투자자의 몫인데도 눈에 보이는 패널티가 없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맺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평가했다.
관련업계에선 무엇보다 상장 스케줄 사이 발생한 실적 공백을 주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상장 심사 승인 이후와 상장일 사이 공백 때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많은 투자자들이 파두의 실적 급락을 몰랐다는 분석이다.
상장법인의 결산보고서는 분기·반기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 4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분기 및 반기 결산 시기가 도래하면 거래소 측에서 보고서를 추가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파두는 이 두 시기를 모두 피함으로써 2분기 실적을 밝히지 않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소와 금감원은 증권사 소집에 나서는 등 파두 사태 뒷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특상장 완화를 추진하려던 정부가 급제동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 관계자는 "파두 사태 관련해서 반기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기업이더라도 잠정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다만 잠정 실적을 공시하도록 할 때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그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