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자산운용사 대표에 남기천 vs 황우곤 구도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체투자 부문 축소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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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합병을 앞에 두고 안팎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력 조정이 예상되는 데다 이에 따른 후속 인사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용절감을 목표로 내걸면서 이에 따른 자회사 조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연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승인을 받고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내년 1월 말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인력들이 우리자산운용으로 합쳐질 예정이며, 이에 따른 세부적인 인사 이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연내 금감원 승인 시기에 따라 세부적인 합병 일정이 정해질 예정”이라며 “후속 인사 및 조직개편은 기본적으로 각 운용사에서 맡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하고 각각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자회사를 운영해왔다. 주식과 채권 등의 전통자산 중심인 우리자산운용과 부동산 및 인프라 등 대체자산 중심인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통합해 종합 운용사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벌어질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선 통합 자산운용사의 대표가 누가 될지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간다. 업계에선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임 회장이 직접 등용한 인물이란 점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운용사를 이끌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멀티에셋자산운용 출신인 남 대표는 지난 3월 임 회장이 직접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 추천한 인물이다.
또한 금번 합병의 주체가 우리자산운용이란 점도 남 대표가 통합 운용사를 이끌 것으로 점처지는 이유다. 사실상 존속법인의 주체는 우리자산운용으로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소멸되는 방식이다. 합병 이후 오피스 공간 역시 우리글로벌운용 인력들이 우리자산운용으로 옮겨오는 구조로 전해진다.
다만 황우곤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 후보라는 평도 있다. 임 회장과 같은 연세대 출신인 데다 맥쿼리캐피탈, 흥국증권,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 PIA자산운용 등을 거친 운용업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통합 운용사 자리에 오를 경우 임 회장의 ‘연세대 출신’ 인사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이에 따른 인력 조정 및 인사 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운용사 대표가 자리에 오르면 흡수합병된 운용사의 대표 및 임원들의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인 데 따라 대체투자 부문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에 통합 자산운용사를 꾀한 것 역시 부동산 투자부문을 비롯한 관련 계열사의 ‘슬림화’를 염두에 뒀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임 회장이 취임 직후 내건 ‘비용절감’ 기조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는 해석이다. 임 회장은 올해 취임 이후 조직별로 비용 감축에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임원들의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하는 등 판매관리비(판관비) 줄이기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차원에서도 비싼 값을 치르기보다 신중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합병 후 탄생할 운용사의 조직개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통합 운용사 내에서 임원들의 직급이나 인력 감축이 벌어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