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국내 롤드컵…완성차 브랜드 후원 경쟁도 불꽃
경제가치 수천억…우승팀 T1 후원한 '벤츠' 최대 수혜
우승후보 젠지 조기 탈락, 후원사 현대차 아쉬움 삼켜
기아 후원 디플러스기아는 조별리그 스테이지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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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약 6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8일 마무리됐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롤드컵은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T1(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이 숙적 중국을 꺾고 7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업계에선 이번 롤드컵의 경제적인 가치를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롤드컵 결승전의 동시 접속자 수는 1억명을 넘었고, 누적 시청자 수는 4억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스퀘어도 간만의 호재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롤드컵의 광고 효과를 알아본 기업들은 일찌감치 국내 e스포츠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후원에 나섰다.
이번 롤드컵에선 전통의 라이벌리 한국과 중국의 경합 외에 자동차 기업들의 후원 경쟁도 주목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T1을, 현대차는 Gen.G(젠지)를, 기아는 Dplus KIA(디플러스기아)를 각각 후원했다. 후원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젠지는 롤드컵 개막에 앞서 현대차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후원 금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억원 수준으로 전해지며, 그 일환으로 젠지 선수들은 현대자동차 패치가 정중앙에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롤드컵에 출전했다. 젠지는 LCK(국내 리그) 1위로 롤드컵에 진출했고, 조별리그에서 단 한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으며 8강에 올랐다.
젠지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8강에서 발목을 잡혔다. 스포츠든 e스포츠든 통상 결승 무대에 근접할수록 관심이 집중되고 시청자도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입장에선 젠지의 조기 탈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롤드컵 결승전은 22개 방송 중계 회사를 통해 21개 언어로 송출됐는데, 올해는 더 많은 국가로 송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롤드컵의 주요 시청국은 중국과 일본, 베트남, 독일, 프랑스 등인데 이들 국가는 모두 현대차가 공들이는 시장이란 점에서 현대차의 아쉬움이 더욱 컸을 것이란 평가다.
젠지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롤드컵 중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 공개 계획을 밝혔다. 다만 롤드컵 응원송 '락 더 컵(Rock The Cup)'에 신규 캐스퍼 아트카를 공개하고, 해당 차량을 오프라인 행사에서 전시한 것 외에 양사의 협업 콘텐츠는 미미했다. 현대차로선 파트너십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셈이다.
기아가 후원한 디플러스기아는 조별리그인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탈락하며 본 무대에서 광고 효과를 낼 기회도 잡지 못했다.
올해 4월 T1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벤츠는 T1의 우승으로 이번 대회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T1 선수단의 어깨에 박힌 벤츠 로고는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고,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은 벤츠의 대형 전기 SUV 차량인 EQS로 옮겨 전달돼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벤츠는 지난 2020년부터 롤드컵의 공식 후원사기도 하다. 벤츠가 e스포츠 구단을 후원한 것은 T1이 처음인데, 공식 후원사로서 지위에 T1의 우승까지 더해지며 후원 효과가 배가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8강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는 기존 예상했던 마케팅 효과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기 탈락에 따른 추가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순 있을 것"이라며 "국내 e스포츠 시장이 해가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