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규제 강화로 상품 구매하는데만 한시간
"추가 투자자 보호 방안 나오면 개인에 판매 말라는 것"
개인 투자 줄이는 게 답?…"규제 강화는 만병통치약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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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은행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전 사모펀드 사태처럼 투자자 보호 방안이 추가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벌써부터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서 더 강화한다면, 사실상 개인 대상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되는 까닭이다.
2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은 7조8458억원으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등의 순이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있다. ELS는 증권사에서 발행하지만 대부분 은행에서 ELT(주가연계신탁)의 형태로 팔렸다.
ELS 및 ELT는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등 기초 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요건을 하회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원금손실구간은 대부분 기준가의 50~55%에서 형성되고, 만기는 3년 이하다. 주가지수가 손실구간 밑으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녹인’ 상품과, 만기 시점의 주가로만 평가하는 ‘노(No)녹인’ 상품으로 구분된다.
홍콩H지수의 고점이었던 2021년경 은행에서 판매된 ELT는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있다. 홍콩H지수는 당시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졌고 최근 6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15조원 규모의 투자금액이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녹인 상품의 경우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최종상환배리어(70%) 이상인 경우에 수익상환된다. 지난 2021년 4월에 3년짜리 ELS를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내년 만기까지 7500~7700선까지 회복되어야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ELS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은행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ELS 상품에 가입할때 H지수의 높은 변동성 및 ELS 투자 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거액을 넣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민원에 따른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본다고 하면서 은행권·증권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의 논의가 규제 일변도로 귀결될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 대신 판매사에 판매 규제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되레 투자자 편의성을 해쳤다는 지적이 많다. ELS 등 투자 손실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고발은 반복될 뿐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ELS를 판매할 때도 4~5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알려진다. 2021년 금소법 이후 은행은 ELS 판매 시 ▲녹취 ▲설명의무 범위확대 ▲확인절차 추가 등의 절차를 따르고 있다. 고령투자자의 경우 선택에 따라 지정하는 제3자에게 상품 가입내용을 문자 메세지로 안내하고 전체 절차를 녹취하도록 하고 있다. 48시간 이후 최종 가입 여부를 묻는 '숙려 제도'도 시행 중이다.
규제 일변도의 논의는 기관투자자와 달리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품 판매를 회피하도록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실 구간에서는 개인도 기관도 피해를 보지만,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의 몫이 줄어든다면 이익이 날 때 기관투자자에만 과실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LS 판매가 많았던 2021년도만 하더라도 저금리시대에서 4~5%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높은 수익률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인데, 만약 금융권 분위기가 손해액 배상쪽으로 흐른다면 개인들에겐 이같은 상품을 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