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PBR 3분의 1 수준
인건비 등 과도한 비용 부담
국내는 정치권·정부 요구에 비용 눈덩이
그사이 외국인 및 국내 투자자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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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씨티그룹이 주가부양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1차적으로 고위직 대상으로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과도한 비용이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만큼 주가 부양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거세다.
국내도 정치권과 정부가 은행들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횡재세, 상생금융 등으로 인해 은행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면서다. 이런 비합리적 비용들이 곧 부진한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씨티은행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경영진 및 두 단계 아래의 직원들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바로는 고위 관리직의 10%가 해고 대상이다.
이런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부진한 주가가 꼽힌다. 씨티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으로 주요 금융그룹들에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프레이저 CEO는 주가 부양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씨티그룹의 주가는 2021년 대비 반토막 난 상황이다.
반면 국내 4대 금융지주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자장사 뭇매 속에서 횡재세, 상생금융 등 사회환원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받으며 비용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한달간 금융주 주가는 코스피 평균을 밑돌았다.
더불어 정치권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간다. 횡재세법은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 120%를 넘긴 초과이익을 내거나, 초과분의 40% 범위 안에서 ‘상생 기여금’을 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이 통과되면 금융권 추산 약 2조원의 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 입장에선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금융지주들은 수익보다는 충당금 더 쌓고, 이익을 안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수익을 내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충당금을 많이 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주주들은 투자를 망설이거나 이탈하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연내 고점 대비 각 금융지주별로 많게는 3%포인트 하락했다. 그 원인으로 과도한 비용이 거론된다.
다만 국내는 씨티은행처럼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해도 노조의 저항이 거세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 그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비롯해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정부 정책이다”라며 “연말 배당마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탈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