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국 규모 확대…업무 피로도 증가 가능성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연말 대대적인 부서장급 임원 인사에 나섰다. 각 금융권별 검사 체제를 재정비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뒀다는 평이다. 부서장급 인사 역시 대대적인 규모로, 70년대생이 전면 배치됐다.
29일 금감원은 ▲민생 침해 금융 범죄 척결 ▲금융의 사회 안전망 기능 제고 ▲금융 환경 변화에 부응한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 ▲검사 체계 재정비를 통한 위기 대응능력 강화 4가지 방향을 골자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조직들도 신설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금융과 맞물려 ‘상생금융팀’을 새로 꾸리고 내년 법 시행을 대비해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새로 만든다. 또 민생금융국은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 협의체'를 설치해 금융범죄 대응 체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내에는 공정금융팀을 신설해 불공정 금융 관행을 발굴·개선한다.
그간 금융권 사건사고가 많았던 데 따라 검사 부문도 재정비한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및 검사 강화를 위해 새마을금고 검사팀을 새로 둔다. 또 보험권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부문 검사부서(생명보험검사국·손해보험검사국·보험영업검사실)를 보험검사1·2·3국으로 바꾼다.
국장급 부서 이동도 역대급 규모다. 금번 국·실장 인사에서는 부서장 81명이 중 68명(84%)의 보직이 바뀌었다. 자리 이동이 34명, 신규 승진이 34명이다. 신규 승진자 중 15명이 71년~75년생으로, 본부 전실무 부서장은 70년~75년생으로 구성했다.
금번 조직개편 및 인사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검사 기능 강화를 꾀한다는 평이다. 올해 초 은행, 10월 금융투자 부문의 검사 체계를 손봤는데 이번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은행, 금융투자, 보험, 중소금융, 등 전 권역의 검사 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서간 유기적인 협력과 건전한 업무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다만 검사기능 확대 및 잦은 부서 이동 등으로 금감원 내 업무 피로도 및 혼란이 가중됐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통상 금감원 인사는 1년에 한 번인데 경질성 인사를 포함해 수시 인사가 5~6개월에 한번씩 이뤄지고 있다. 또한 검사국을 1, 2, 3국 등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부서간 경계가 흐려졌다는 해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부서의 경우 1년에 국장이 세 번씩 바뀌면서 영(令)이 안 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장이 인사고과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데 중간에 사람이 바뀌면 직원 입장에선 '내 근무평가를 쓸 일이 없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세대교체로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인사에서 주력 승진 대상을 ‘기존권역·공채1기’에서 ‘공채 2~4기 및 경력직원’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는데 기존 권역 출신은 권역에 특화된 전문성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전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전에는 금감원에서 국장이 되려면 50세는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나이대가 어려지고 있다. 다만, 권역 출신 국장들이 권역에 특화된 전문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정기 인사를 연 한 차례에서 두 차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부서 이동을 통해 조직의 긴장감을 꾀할 수 있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뜻이 담겨있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기능 외에 감독 기능이나 인가, 승인 등의 통상적인 업무들도 많은데 검사기능에 치중되면서 행정적인 업무들의 절차가 밀린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