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금 쟁여둬야…메리츠도 투자 필요성
금리 상승 걸림돌…시장선 결별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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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 협력 관계의 유통기한이 내년 초 돌아오는데 연장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 반등이 늦어지며 메리츠증권은 투자의 실익이 모호해졌고, 롯데건설도 관계를 이어가자니 금리 인상 등 부담을 감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은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공동으로 결성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후순위로 6000억원,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선순위 9000억원을 부담했다. 롯데건설은 특수목적회사(샤를로트제일차, 샤를로트제이차)에 유동화증권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 1분기 중 롯데건설이 연대보증하거나 자금보충 약정을 한 프로젝트금융(PF) 우발채무가 3조5000억원에 달한 상황에서 급한 불을 껐다.
투자 펀드 기한은 14개월로 내년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한다. 당사자 입장에선 만기 전에 기한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초빙하는 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연초 메리츠금융과 연합을 통해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완전히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고 보긴 어렵다. 1분기말 PF우발채무는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줄어들었지만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당장 메리츠금융 자금을 상환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장 분위기가 반등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과 손을 잡을 때는 갈수록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여전히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으로 갈수록 위기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초 협력 당시 메리츠금융이 보장받은 금리는 12%(수수료 포함) 수준이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금을 유지하려면 금리 등 조건을 더 양보할 수밖에 없다. 반면 롯데건설 입장에선 투자유치 금리를 더 높이면 ‘위기 기업’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에 9000억원과 이자를 당장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회사는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위험관리 부담이 커졌다. 기존 부동산 투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이를 다른 영역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수록 자기자본투자(PI) 재원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를 활용하려면 롯데건설 투자와 같이 기업의 체력에 기댄 거래를 늘려야 하는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올해 초보다 시장 자금 사정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 자금을 다시 활용하려면 15% 이상 금리는 제시해야 하겠지만 10% 중반대 이상의 금리를 제시한다는 것은 시장에 위기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롯데건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건설에 가용 자금이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하자면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의 동행이 길게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롯데건설도 시장에서 메리츠금융이 부담한 9000억원을 대체할 곳을 물색하기 위해 금융사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여름부터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 간 분위기도 차갑게 식은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금융은 부동산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 보고 롯데건설에 공격적인 영업을 했는데, 현실은 그와 달랐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이 롯데그룹 측에 추가 담보 등을 요청할 것도 많지 않다.
일부 투자사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롯데건설에 자금 투자 계획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결국 메리츠금융의 자금을 대신 부담하겠다는 것인데, 조건은 전보다 빡빡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금융이 12% 금리를 제시했었다면 이번엔 10% 중반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은 정해진 게 없다는 분위기다. 양사 모두 아직 정해진 바는 없으며, 만기에 가까울 당시 시장 상황을 살펴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