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마다 계리 프로세스 달라 검증 어렵고
감독원 “검증책임 우선 회계법인이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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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 논란'이 한 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문제를 해소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현장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각 보험사들이 밝힌 실적을 검증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조차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3분기 보험사 실적이 나온 이후에도 실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3분기 순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3분기 순이익이 작년 대비 29% 증가한 496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손보업계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감원이 요구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수백억원대의 손상을 반영했다.
이미 상반기 해당 논란으로 금융당국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진화에 힘을 쏟았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미래에 대한 손익 가정을 기반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는 점에서 그간 문제가 되었던 지나치게 낙관적 가정에 대한 수정 요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3분기 실적을 열어보니 새로운 가이드라인 적용에도 보험사마다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이슈는 이제 "이들 회사의 실적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가"로 옮겨가고 있다. 보험사들마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산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마다 이를 산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계리 프로그램 등이 상이하다. 문제는 이들 계리 프로그램이 문제가 없느냐를 검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마다 미래 손익을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의 미래 손익을 추정해야 한다”라며 ”감독당국에서 해당 계리 프로세스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검증이 제대로 안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무제표를 만드는 과정의 경우 우선 계리 프로세스를 통해 회사의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추정한다. 이는 계리 전문가들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작업한다. 이를 기반으로 산출한 숫자를 기반으로 회계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해당 프로세스가 분리되어 있다 보니, 계리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무제표 숫자도 틀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계리와 회계가 분리되어 있다 보니, 재무제표에 대한 검증이 더욱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어떤 계리 및 회계 과정을 통해 해당 재무제표가 나왔는지 살펴보기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검증 신뢰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IFRS17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IFRS17 도입 취지가 보험사 재무제표가 보험사 영업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기존 회계제도 하에서는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팔았을 때 수익인식을 바로 했다.
하지만 보험상품의 특성상 실제 수익은 장시간에 걸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해당 회계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회계제도를 도입했는데, 검증이 제대로 안 될 경우 IFRS17 하에서도 재무제표의 신뢰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한 관계자는 “IFRS17 기초가정을 만들고 이에 따른 캐시플로우 산출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각 사마다 통계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잣대를 갖고 검증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감사실적에 대한 1차 책임은 회계법인에 있으며, 감사인 검증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