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재미없다"…IPO 시장으로 모이는 '뭉칫돈'
스팩은 상장 첫날 주가가 150% 오르며 과열 현상
당분간 한산한 상장 스케줄에 내년 1월까지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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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의 친환경에너지 소재·부품 계열사 LS머트리얼즈가 일반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박스피가 이어지며 갈 곳을 잃은 시장의 유동성이 IPO(기업공개) 시장으로 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10~11월 증시가 하락을 거듭한 탓에 이번 달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예년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수요를 모으기 유리하단 평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LS머트리얼즈는 지난 1일과 4일 양일간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약13조원을 증거금으로 끌어모았다. 이번 청약은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365만 6250주에 대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공모가 대비 주가가 280% 급등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일반청약에서 약4조원을 모았다. 이 점을 고려해보면 LS머트리얼즈는 흥행에 꽤나 성공한 셈이다.
연말 증시의 등락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투자심리가 공모주 시장에 몰린 영향이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열풍에 힘입어 수요모으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대로, LS머트리얼즈의 사업성 및 성장성, 밸류에이션 등을 보면 13조원이 몰린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공모주 시장이 좋기 때문에 LS머트리얼즈 수요예측이 흥행했다고 본다. 전방시장이 전기차·신재생에너지라는 점을 들어서 종합수혜주라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13조원의 자금이 몰렸다는 점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면 싸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년 대비 IPO 시장이 한산하다는 점도 흥행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지난 10월 말 코스피는 2200선까지 하락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12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손에 꼽으면서 공모주 열풍의 수혜를 일부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방증으로 최근 상장에 성공한 스팩들은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상장한 엔에이치스팩30호는 장중 공모가(2000원) 대비 173% 상승한 5450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상장한 삼성스팩9호는 공모가(2000원) 대비 158% 상승한 515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 8~9월에 상장했던 대신16호스팩이 첫날 고점 수익률이 33%에 불과했다는 점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엔에이치스팩30호, 삼성9호스팩 등 최근 스팩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스팩은 애초에 설립목적이 합병할 회사를 찾는거다. 그런데 찾지도 않았는데 첫날부터 몰린다는 건 과열됐다는 뜻이다. 주식시장 등락폭이 크지 않다보니 공모주로 자금이 계속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당분간 공모주 흥행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2월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의약품 유통 플랫폼 기업 블루엠텍, 플라이스틸 리사이클 기업 DS단석 정도다.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일, 이차전지 부품 자동화 장비기업 케이엔에스는 6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뚜렷한 테마가 있을 때는 공모주로 자금이 덜 쏠린다. 오히려 지금이 IPO시장에 자금이 쏠릴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