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룰 적용 안되고 양호한 실적에도 교체 돼 관심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부진한 실적에도 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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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금융사의 인사 철학이 또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다. '사고치지 말라'는 삼성금융사의 인사 철칙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금융사 ‘회전문’ 인사 역시 여전히 이어졌다.
삼성금융사는 지난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삼성금융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생명 사장에는 홍원학(59)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화재 사장으로는 이문화(56)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삼성증권 사장에는 박종문(58)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가 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도 ‘60세’룰이 적용되면서 만 60세가 된 사장들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60세’룰은 삼성금융사의 인사원칙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또 한 번 확인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직 만60세가 안되었고, 임기가 남아 있는 전영묵 사장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전영묵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였다. 올해 삼생생명 실적도 양호했다. 고금리로 생명보험업계에 비우호적인 업황이 전개된 가운데 타사 대비 안정적 이익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1조44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7% 증가했다. 주가 변동성 및 금리 상승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작년 대비 실적이 회복한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1조7965억원으로 56.5% 늘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전 사장의 교체는 의아한 부분이다. 이미 임기도 남아있고, 만 60세룰에도 해당하지 않은데다 신상필벌이 필요할 정도의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임될 것이란 시선이 다수 제기됐던 까닭이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결국 삼성금융사의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바로 ‘사고치지 말라’라는 인사 원칙이다. 전 사장은 올해 내내 구설수에 시달렸다. 지난 2009년 리조트업체 아난티와 부동산 거래에서 ‘뒷돈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해당 이슈가 불거지면서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험금 미지급,임직원 횡령 사건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삼성생명 준법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삼성생명·화재·증권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것을 두고 업계서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랫동안 유임한 인사들은 일부 물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영묵 사장은 올해 내내 아난티 사건에 연루된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은 부진할 실적을 기록했지만 유임됐다. 삼성카드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하지만 전 사장과 달리 남은 임기(2026년 3월)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두 사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사고치지 말라'는 삼성금융사의 인사 대원칙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금융사에 대해서 그룹에서 수익을 바라기 보다는 삼성 브랜드에 대한 평판을 더욱 중시여긴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선 금융사 내 '회전문 인사' 경향도 이어졌다는 평가다. 삼성화재 홍원학 사장은 전 사장을 대신해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불어 삼성생명의 박종문 사장은 삼성증권으로 옮겼다. 전문성 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이 찍힌 인사라는 것이 또 다시 확인되는 부분이다. 다만 ‘60세룰’이 자리를 잡으면서, CEO가 꾸준히 교체되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대목으로 꼽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금융사 CEO가 60세룰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면서 삼성금융사로 입사한 CEO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