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앞둔 임원들 선임 관행, 임 회장 하에선 좌천?
글로벌 역량 제고 위해 실무진급 선임 필요성↑
-
우리은행이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주요국 해외법인장을 교체할지 시선이 쏠린다. 올해 초 미국, 베트남, 중국 등 세 곳 법인장들은 모두 부행장급 ‘OB’ 임원들로 교체됐다. 이를두고 내부에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꽃보직’을 ‘좌천인사’라고 생각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란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방식이 우리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경쟁력 제고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퇴직을 앞둔 임원들이 아닌, 실제로 승진가도를 달리는 임원들이 발탁돼야 글로벌 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우리은행은 미국과 베트남, 중국 해외법인장을 모두 교체했다.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장을 맡은 정영석 전 부사장이 우리아메리카법인장을, 박종일 전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이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 우병권 전 우리금융지주 준법감시인 부사장이 중국우리은행 법인장을 맡았다.
그간 우리은행은 퇴임을 앞둔 임원들을 해외법인장으로 보내는 사례가 많았다. 표면적으론 해외지점 관리에 부행장급 인사가 걸맞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타행 대비 계열사가 적은 우리은행이 퇴직할 임원들을 해외법인장으로 보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아직까지 은행 글로벌사업은 도전적인 확장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퇴직을 앞둔 임원들이 법인장으로 발령받을 경우 소극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우리은행 주요국 해외법인은 미국,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미국, 베트남, 중국 등 세 곳의 법인장이 모두 부사장급이고, 64년생이다. 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65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한 법인장들을 실무진급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장은 황규순 전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으로 상무급이다.
이 같은 관행은 임 회장 하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퇴직임원들을 해외법인장으로 보내는 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왔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임 회장이 해외법인장 자리를 ‘좌천성 인사’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우리은행의 과거 관행이 더욱 굳혀졌다는 평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은행권 해외법인장은 대개 ‘승진가도’를 위해 필요한 자리로 인식되는 반면, 금융위원회 등 관료 사회에선 사뭇 시각이 다르다. 금융위 고위공무원들이 해외공관에 파견갔다가 임기 이후 사실상 퇴임 수순을 밟는 관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임 회장이 취임 후 해외법인장으로 인사를 단행한 이들은 대부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하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임원들이다. 박종일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은 손 전 회장 하에서 지주 전략을 전담하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는 손 전 회장을 보좌하는 데 힘쓴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권 중국우리은행 법인장 역시 과거 손 전 회장 하에서 우리은행의 민영화 및 지주 출범을 돕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의 해외법인장 관련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따뜻한 배려로 평가하지만 사실상 서울 본점에서 멀리 보낸다는 의미도 없지 않다”라며 “다만 은행 글로벌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법인장 인사에 과거보다 힘을 줘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곧 다가올 해외법인장 인사를 두고 임 회장 특유의 인사 방식이 이어질지 시선이 몰린다. 특히 동남아시아 개척에 주요 기지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규순 전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상무가 2년째 법인장을 맡고 있는데 또 다시 고위임원급이 바통을 이어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본부장급 실무진들이 중용되거나 유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부임한 조병규우리은행장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가 실시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조 행장은 글로벌사업에 상당히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선 본부장 등 실무급 인사들의 공격적인 해외법인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 우리은행장은 정현숙 우리은행 삼성기업영업 지점장이 내정됐다. 73년생인 정본부장은 여신심사, 대기업 심사역 등을 담당하며 기업금융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출신인 임 회장이 은행 해외법인장 인사 체계를 인식하는 데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도 있다”라며 “다만 조 행장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가 단행되면 (해외법인장 인사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