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에선 불만 높아…영업점 포화에 본점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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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연말 임원 인사 이후 안팎에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본부장 승진자 다수가 영업점에서 배출되면서 본점 임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영업력과 현장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인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올해 내내 이어진 '은행권 때리기' 여론과 각종 사고 수습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진 본점 직원들을 경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1일 우리은행은 2명의 부문장 전보와 10명의 부행장 승진을 단행했다. 은행의 2인자라 불리는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퇴임했다. 두 부문장은 1000억원 손실이 난 파생상품 거래로 내부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이 둘을 대신해 국내영업부문장에는 김범석 부행장이, 기업투자금융부문장에는 기동호 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김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여의도기업영업본부에서 기업지점장을 지냈고, 우리은행 대기업심사부 본부장, 부동산금융그룹장을 역임했다. 기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우리은행 미래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여의도 기업영업본부장을 거쳐 IB그룹장을 맡았다. 두 부문장 모두 조병규 은행장과 마찬가지로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문은 일선 영업점에서 부행장과 본부장 승진자가 대거 배출된 점이다. 부행장 승진자 중에선 대전충청남부영업본부에서 여신지원그룹장을 맡은 송용섭 부행장, 남대문기업영업본부에서 업무지원그룹장을 맡은 박형우 부행장이 각각 일선 영업본부장에서 그룹장(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본부장 승진자 명단에선 영업본부 출신이 아닌 인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17명의 승진자 중에서 본점에서 승진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일선 영업점에서 승진자가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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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본부장 인사에 대해 조 행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해당 메일에는 ”본부장인사는, 영업 일선을 지휘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현장 중심으로 선발하였습니다. 특히 탁월한 영업력으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소속장 위주로 선발하되, 어려운 점포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과를 달성한 소속장도 찾아서 선발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행장의 이런 설명에도 승진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한 본점 직원들은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내내 ‘은행권 때리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본점 직원들의 피로도도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업무량은 늘어났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 인사에서 본점 직원들이 배제되면서 이들의 박탈감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1년이 안된 상황에서 본점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디지털화가 가속화 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의 업무가 점점 본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더구나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취임 후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하겠다며 법인영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는 영업점 중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만큼, 어느정도 균형은 갖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영업점 내 기업대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은행 간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다. 결국 금리 인하 등 대출 조건을 두고 ‘출혈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쟁 포화로 영업점 내 성장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본점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시장은 이미 성숙해 일선 영업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라며 “오히려 본점을 중심으로 어떤 전략을 구축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인데 이번 인사는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