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감사 진행했지만…산은 감사에 밀려 잠정 중단
기관들은 실효성 의문…"자산 많고 기관별 단순 비교 무리"
부실지표 직접 확인 어려울듯…'절차상 문제' 등 우회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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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사원이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대해 진행 중인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가 지지부진하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에 인력을 투입하느라 기존에 진행하던 기관 대체투자 부실에 대한 감사는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미 연말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감사원의 대체투자 감사가 해를 넘기거나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의 연간감사계획에 따르면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가 하반기 주요 감사분야로 포함돼 있다. 감사원은 이미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를 대상으로 한 차례 대체투자 자산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8~9월에 걸쳐 감사원에 대체투자 자산 유형, 투자 자산별 검토 자료, 투자 의사결정 절차 등을 제출했다. 감사원은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감사 대상 및 범위를 확정짓고 순차적으로 본 감사를 벌인다는 방침이었지만, 아직 본 감사에 돌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들의 '대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A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다 제출했지만, 아직 후속조치에 대한 연락을 감사원으로부터 따로 받지 못했다"며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아는데 12월에 다시 감사를 재개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해를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기관투자가에 대한 대체투자 감사는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 산업금융4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불거진 해외 상업용부동산 투자의 부실 위험 여부를 사실상의 전수조사를 통해 들여다보겠단 취지다.
하지만 감사 초기부터 전수조사가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기관들은 해외 부동산 등에 직접 투자하기 보단 운용사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 하나당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 갯수가 많고, 각 기관별로 자산 가치에 대한 평가산정 방법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해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엔 제약이 따른단 설명이다.
실제로 각 기관별로 거래하는 운용사(GP)가 많게는 수십 개에 이르는데, 이들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와 그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 수를 고려하면 기관 하나당 조사 대상 자산만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의 인력 규모를 고려할 때 모든 기관의 대체투자 자산을 감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B공제회 관계자는 "설사 감사원이 모든 자료를 들여다본다 해도 기관별로 자산 가치에 대한 평가산정 방법이 상이해 부실 여부를 비교하기 힘들 것"이라며 "장부가액에 따라 매입한 자산을 매각하기 전까지 손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평가산정법을 사용하는 기관이 있는 한편, 손실이 일부 반영되는 방법을 쓰는 기관도 있어 자료를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감사 사안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적절하느냐를 따질 뿐,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긴 어렵다. 산업은행 감사에선 수출입은행, 공제회 감사에선 다른 공제회 인력을 초빙하는 식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공제회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가져온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산업금융4과)은 이번이 사실상 공제회에 대한 첫 감사다.
C공제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감사원에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를 점검하기 위한 감사 인력이 방문한 적이 있지만, 공제회의 투자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공제회에서 세부 사항을 알려주면서 감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결국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직접적인 투자 수익률보다는 ▲투자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절차 상의 누락이 없었는지 등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처음 감사가 시작된 취지와 비교하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최근 연기금, 공제회 등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산업금융3과가 진행하는 한국산업은행의 정책자금 운영실태 감사에 산업금융4과 인력도 투입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연기금, 공제회들은 민간 금융사보다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하기도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금융3과의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실지감사는 10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됐다. 의견수렴 후 진행되는 절차로, 사실상 본격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단계다. 실지감사가 마무리됐지만, 아직 중단됐던 대체투자 감사에 대한 재개 소식은 없다.
감사원 측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