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상장 추진 무산되며 내년 원리금 갚아야 할 상황
문제는 웨이브의 현금부족…11번가 사태도 불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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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콘텐츠웨이브(Wavve)의 투자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약속한 상장 기한은 이미 지났고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갚을 자금도 마땅치 않다. 11번가 사태로 국민연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콘텐츠웨이브 핵심 투자자 교직원공제회의 투자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콘텐츠웨이브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 프리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5년 만기 사모 CB 2000억원을 발행했다. 4년 내 상장 작업에 착수하고 5년 내 상장을 완료하는 조건이다. 1000억원은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했다.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10월까지 예비심사 청구서를 내는 등 상장 절차를 본격화해야 했지만 증시 부진에 움직이지 못했다. 그에 앞서 회사와 투자자들은 상장 기한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실효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웨이브는 상장 추진 기한을 넘기면서 투자자에 정해둔 수익률을 얹어서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됐다. 내년 11월에 투자 원금 2000억원에 연복리 3.8%를 더한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내년에 상환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콘텐츠웨이브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9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 2735억원을 올렸지만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이어지며 12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채권성 투자라 안정성이 크다고 봤지만 시장 침체의 폭이 더 컸다.
교직원공제회 등 투자자들은 콘텐츠웨이브의 상황이 어떻든 SK그룹이 책임을 지고 필요 자금을 마련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SK스퀘어가 상환 자금을 콘텐츠웨이브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금 상환이 담보되지 않으면 콘텐츠웨이브-티빙 합병에서도 투자자들의 동의를 낙관하기 어렵다.
SK스퀘어는 2021년 1000억원, 올해 250억원을 콘텐츠웨이브에 증자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는 않다. 유동성 호황 때 여러 계열사에 재무적투자자(FI)를 들인 것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다.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며 구설에 올랐다. 회사가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국민연금의 회수를 도외시하며 자본시장과 척을 지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민연금 버금가는 큰 손이고 SK그룹 거래의 주요 투자였던 교직원공제회까지 회수에 차질을 빚게 되면 자본시장에서 SK그룹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웨이브 투자자는 SK스퀘어가 자금을 만들어 와서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SK그룹을 믿고 투자한 채권성 거래인데 자금을 상환하지 않는다면 SK그룹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