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감정가 67%도 유찰
인근 낙찰률 1%, 그마저도 절반가격에
부동산 호황에 지식산업센터 공급 봇물
골칫거리로 전락, 착공 전부터 투자금 회수 나선 대주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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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식산업센터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완공된 사업장마저 높은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다보니 투자자들은 착공도 하기 전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4회차 공매를 실시한 '가산W몰'(가산동 60-27·60-50)은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12월 19일까지 공매 총 9차례가 계획돼있으며, 마지막 공매에서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변경된다.
감정가는 2602억7800만원이다. 1회차 공매 최저입찰가는 2607억7000만원에서 시작했다. 매 유찰마다 다음 회차 최저입찰가는 이전 회차 대비 약 5%씩 하락한다. 마지막 공매의 최저입찰가는 1730억원으로 감정가 대비 33.5% 하락한 금액이다.
시행사 예인개발이 작년 지식산업센터을 개발하기 위해 가산W몰의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지난 10월 대주단이 시행사에 기한이익상실(EOD)를 통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는 이자지급불능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행사가 매입 과정에서 대주단에게 빌린 사업비는 1530억원이다. 대주단은 ▲1순위 메리츠증권(10억원)·메리츠캐피탈(600억원) 등 ▲2순위 바로저축은행(100억원)·상상인저축은행(50억원)·IBK저축은행(30억원) 등 ▲3순위 KB증권(100억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현재로선 해당 부지가 낙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온비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산W몰 인근 지역에 나온 382건의 공매에서 낙찰 건수는 2건 뿐이다. 낙찰율이 1%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감정가 대비 52.11% 가격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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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F 사업장에서 EOD 통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한데도 불구, 가산W몰 부지가 공매로 나온 건 해당 사업장에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과 더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공실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등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 집합건축물이다. 대표적으로 판교테크로밸리·광교테크노밸리·가산디지털산업단지·구로디지털산업단지 등이 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으나 2009년 법률 개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일반 제조업은 입점이 어려워졌다.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상승기에 수도권에 집중 분양됐다. 일반 공장의 경우 제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매년 공장 건축 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해 신축·증축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건축 예정 포함)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20년 4월 1167곳에서 지난달 말 1520곳으로 30% 증가했다. 이 중 77%인 1169곳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가운데, 지식산업센터 대표 업종인 IT 경기도 함께 꺾이며 임차 기업을 찾기 어려워졌다. 완공해도 '공실 대란'이 뻔한 상황에서 대주단은 무리하게 사업을 이끌어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올해 우후죽순 완공된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률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 지식산업센터도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비즈타워·STV·에이스 에스타워 프라임·아이타워·G1 총 5곳이 준공했다. 이미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계획돼 있다. 해창리는 2008년 9월 KTX 경기남부역이 들어서기로 계획됐지만, 2016년 SRT 지제역이 완공되며 해당 계획은 유보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공된 지식산업센터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로 착공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가산W몰 사업장도 만기를 거듭 연장하며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리기에는 지식산업센터 업황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수의계약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