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본부장, 상무 승진 관례도 깨져
능력주의 인사란 평가 나오지만
관행 깬 인사에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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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농협중앙회의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간 관례처럼 이어지던 인사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승진하던 자리라 여겨졌던 보직도 이제는 확신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내부에선 '쇄신인사', '개혁인사' 란 평가와 더불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담긴 인사가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농협은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중앙회 3명, 상호금융 3명, 농업경제 4명, 금융지주 17명 등 27명의 상무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간 농협에서 관례처럼 행해지던 인사 원칙이 무너진 점이다.
일반적으로 집행간부급인 상무들은 2년 임기를 보장받고 이후에는 농협의 관련 자회사 대표로 옮기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선 상무 승진 1년밖에 안된 인사들 다수가 2년이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더불어서 지역본부장을 마치면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등의 상무 또는 상무보로 승진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이마저도 탈락한 지역본부장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능력위주’로 인사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던 관례가 깨지고, 임기 보장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조금씩 이런 인사가 이뤄지더니 이번엔 대대적으로 그간의 관행을 깨는 인사가 나왔다”라며 “성과주의와 능력주의에 기반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중앙회장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연임되거나 승진할 거라고 여겨졌던 인사들이 이번에 배제되면서 농협 자회사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퇴임 한 이후에 갈 자리가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승진하는 자리라고 여겨졌던 곳에서도 승진 누락자가 나오다 보니,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농협 자회사에 자리를 알아보는 것이다”라며 “상무급에서도 대거 퇴임하다 보니 부장급들이 갈 수 있는 자리는 더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쇄신인사라는 평도 나오지만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회장이 이런 인사를 왜 했느냐를 두고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농협법이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연말까지 보름 정도가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 해당 법인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회장의 연임은 ‘물거품’이 된다. 그만큼 이 회장으로서도 해당 법안 통과에 민감한 상황이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농협인사는 결국 중앙회장의 몫이다”라며 “임기 말에 이 회장이 그간 관행을 깬 인사를 왜 단행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