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소수지분 감안해도 가치 낮다는 지적
'챙겨 줄테니 욕심내지 말라' 메시지란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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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지난 10월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퇴임 소식을 알렸다.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을 창업한 지 26년, 회장 직에 오른 지 2년만이다. 최 전 회장은 앞으로 2년간 경영 고문으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최현만 전 회장 퇴임에 따른 후속 변화가 있었다. 지난달 16일 최 전 회장이 갖고 있던 미래에셋증권 주식(보통주 35만8628주, 우선주 8만2826주)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에서 제외됐다. 며칠 뒤엔 미래에셋컨설팅이 최 전 회장 등이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을 인수했다.
최현만 전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 전량(지분율 2.17%, 29만5055주)을 주당 15만2345원에 팔아 약 450억원을 받게 됐다. 인수 주체가 박현주 회장의 가족회사다 보니 창업 멤버를 예우한 것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보상이 충분했느냐에 대해서는 일부 다른 의견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업계 수위를 다투는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여기에 작년 5323억원, 올해 3분기까지 381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알짜 회사의 가치 평가로는 박하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가치 산정 수단으로는 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활용된다. 최근 PER 거래 배수는 10배 이상으로 거론되는데 해외는 더 높은 곳도 많다. 박현주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도 자산운용사 PER이 30배로 너무 높아 인수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주식 총수 1357만여주)이 5000억원의 순이익을 낸다 가정하면 회사의 주당순이익(EPS)은 3만7000원 수준이다. 최 전 회장이 매각한 지분 가격에 대면 PER은 4배 남짓이 된다. 비상장사의 소수지분임을 감안하더라도 후하다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최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미래에셋컨설팅이 그의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을 사들인 것은 오랜 동업자에 대한 배려일 수 있겠지만 그간의 관계를 일단락짓는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인수에 박현주 회장이 그룹과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공로가 있는 사람은 때가 되면 챙길테니 지위든 보상이든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최현만 전 회장으로선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사 보유 주식은 시장에서 팔면 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캐피탈(지분율 0.98%) 지분은 처분 방도가 마땅치 않다. 고문까지 30년 가까이 그룹에 몸담을 입장에서 아무데나 지분을 팔아 시끄러운 일을 만들 이유도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처분은 박 회장의 호의에 기대야 했다. 즉 미래에셋컨설팅의 인수가격이 박 회장의 생각이고, 거기엔 협상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1등 증권그룹인 만큼 보상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데 그간 잡음도 없지 않았다. 챙길 땐 챙기지만 아주 후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있다. 공로가 있는 인사라도 규정 해석에 이견의 여지가 있거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상을 챙겨가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일부 계열사 임원은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거래 배수는 보통 PER로 따지고 최근 배수가 12~18배인 점을 감안하면 최 전 회장의 매각가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거래는 챙겨줄만큼 챙겨주니 더 욕심 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성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하고 혁신적인 성과를 낸 경영진에 대해 예우를 제공한 것"이라며 "CEO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임직원에게도 좋은 선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