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SK·CJ·롯데 등 대기업 일감 도맡으며 자문·실사 1위
하반기 쉬어간 외국계 IB들…내년 파이프라인 해소할지 주목
자산매각·투자유치 등 불황형 거래로 나쁘지 않았던 회계실사
김앤장 독주 속 작년보다 나은 성적표 내놓은 광장 추격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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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거래가 자취를 감춘 사이 대기업발 불황형 거래를 고루 가져간 삼일PwC가 연간 인수합병(M&A) 재무자문과 회계실사 1위를 지켜냈다. 규모가 클수록 거래 성사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회계법인과 투자은행(IB)의 희비가 갈리는 양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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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캡(mid-cap) 강자로 꼽혀 온 삼일PwC는 올해 SK·롯데·CJ 등 자금 조달이 필요한 대기업 수혜를 톡톡히 봤다. 상반기 CJ제일제당의 중국 자회사 지샹쥐 매각을 시작으로 하반기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 SKC의 SK피유코어 매각까지 자산 조정 업무 전반에서 활약했다. 지난 15일 모건스탠리PE의 전주페이퍼·전주원파워 매각까지 성사시키며 대미를 장식했다.
상반기 몇 없던 조 단위 거래를 독식한 JP모건은 2위를 기록했다. 대형딜이 부재하다보니 외국계IB들이 이렇다할 실적을 못냈다. 1위와 격차가 컸고, 3위와는 근소한 격차만 보였다. 하반기 시장 침체 분위기가 굳어지며 추가 실적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이달 메드트로닉스가 이오플로우의 신주인수계약(SSA)을 해제하며 수행 실적이 줄었다.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주관 등 내년 일감에 기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삼정KPMG는 대기업 외 사모펀드(PEF) 일감을 다수 확보하며 4분기 순위를 끌어올렸다. JP모건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전주페이퍼·전주원파워 매각에선 삼일PwC와 합을 맞췄고, 어센트PE의 에테르시티 M&A에선 인수 측 자문을 맡았다. 자금난에 빠진 태영그룹과 접점이 늘어난 KKR의 태영인더스트리 인수도 성사시켰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인 UBS는 4위를 기록했다. 4분기 글우드PE의 SK피유코어 인수를 도우며 외국계 IB 중 두각을 나타냈다. 연초 양사의 갑작스러운 합병 소식으로 파이프라인이 충돌하는 등 우려도 있었지만, 양사가 확보한 맨데이트를 중심으로 결합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IB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정책 이슈로 올해 성사하지 못한 보험사 매각, 기업공개(IPO) 작업 등을 내년 중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5위 모건스탠리는 4분기 CJ제일제당의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를 좋은 값에 매각하며 성과를 올렸다. 비슷한 시기 CJ ENM 보유 넷마블 지분을 담보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 주관을 맡았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해 실행하지 못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손 꼽히는 대어인 LG CNS와 CJ올리브영 상장, 지오영 매각 주관 등을 맡고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7월 ISC 매각을 마지막으로 하반기 실적을 올리지 못하며 6위로 마감했다. 에스에스지닷컴과 SK에코플랜트 상장 주관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4분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대경오앤티 매각을 자문하며 7위로 올라섰다. 모건스탠리와 함께 LG CNS 상장 대표주관사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위권밖에 머물렀지만 연내 6조원대 HMM 매각 계약 체결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연말 들어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자문 시장 전반은 여전히 내년 불확실성을 경계한다. 지난 수년 투자유치 작업과 연계한 상장 추진 계획을 매각으로 선회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문 시장 전반이 하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해소에 주력해야 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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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는 회계실사에서도 경쟁사를 멀찍이 따돌리며 1위를 거머쥐었다. 상반기 SK온과 SK팜테코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거래, SKC의 SK피유코어 매각까지 SK그룹 관련 일감이 많았다. CJ제일제당의 지샹쥐와 셀렉타 등 해외 자회사 매각도 모두 삼일PwC의 손을 거쳤다.
삼정KPMG는 LG화학의 진단사업부에 이어 편광판 사업부 매각까지 도우며 2위를 기록했다. SK그룹 거래에선 SK온, SK팜테코에 이어 SK리츠의 SK하이닉스 수처리 시설까지 인수자 측의 회계실사에 참여했다.
3위 EY한영은 올해 메자닌 성격 거래에서 다수 PEF의 인수 실사에 참여했지만 4분기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집계 막판 글로벌세아의 전주페이퍼·전주페이퍼 인수 및 유진그룹의 YTN 인수를 도우며 4위에 올랐다.
더존비즈온의 전자신문사 인수, 버진에쿼티파트너스의 피피비스튜디오스 인수에서 각각 실사를 맡은 삼도회계법인과 회계법인 숲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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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법률자문 시장은 김앤장의 독주로 마무리됐다. 예년처럼 올해 주요 거래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시장 침체로 자문 실적은 줄어든 모습이다. 하반기에도 한앤컴퍼니의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인수, 글렌우드PE의 SK피유코어 인수까지 참여하며 SK그룹 관련 일감에 두루 이름을 올렸다.
광장은 바쁜 한 해를 보내며 김앤장을 바짝 추격했다. 작년보다 자문 수임 규모나 건수 모두 늘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매각전에선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데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율촌은 4분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대경오엔티 매각과 어센트PE의 에테르시티 매각 등 PEF의 회수 거래를 도맡으며 3위를 차지했다. 집계 막판까지 율촌과 경쟁한 세종은 올해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 SK피유코어 외 원스토어 소수지분 손바뀜 거래를 도왔다.
5위는 태평양이다. SK그룹의 대경오엔티 인수와 KKR의 태영인더스트리 인수, H&Q코리아의 현대홀딩스 메자닌 인수 등 눈길을 모은 거래를 다수 자문했다. 태평양과 함께 셀트리온 합병 작업에 참여한 화우는 작년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며 6위에 올랐다.
지평은 하반기 인화정공의 HSD엔진 매각 외 언일전자 매각을 자문하며 7위를 차지했다. 베이커앤메켄지와 합작 법무법인을 차린 KL파트너스는 동화그룹 몽베르CC 인수전에 참여하며 8위를 기록했다. 9위 LAB파트너스는 이엔에프PE의 일신그룹 폐기물 업체 크린텍 인수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