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LG엔솔에 이어서 화학까지 가져오면서
LG그룹 주요 계열사 감사인 도맡았지만
생각지 못한 감리제도 때문에 감사인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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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감사법인이 1년만에 교체된다. 빅4 어느 곳도 예상치 못하게 LG화학이 주기적 지정감사대상이 되면서다. 배경은 감리 제도가 거론된다. 삼일에서 LG화학 감사를 가져온 안진은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삼일에 LG화학을 넘겨주는 신세가 됐다.
20일 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달 LG화학을 비롯한 대기업 17곳이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 받았다. 신외감법에 따라 주기적 지정감사 대상에 오르면서 감사인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증선위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삼일은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삼성SDI, 기업은행 등 9곳의 감사인으로 지정됐다. 한영은 HD현대와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홀딩스 등 7곳 통지를 받았다. 삼정은 HD현대인프라코어 1곳, 딜로이트안진은 없었다.
화제는 단연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줄곧 삼일이 감사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작년 안진이 LG화학 감사인 자리를 자유수임했다. 자유수임 기간에는 피감사법인인 기업이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안진은 LG엔솔에 이어서 LG화학까지 가져오면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감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LG화학만 놓고보면 연간 감사보수가 20억원 중반대에 이르고, 삼일로부터 감사인을 가져왔다는 상징성도 큰 일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LG화학이 주기적 지정감사 대상에 오르면서 감사인 자격을 삼일로 넘겨주게 됐다. 그 배경으론 감리제도가 거론된다. LG화학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이 공시된 회계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대해서 회계법인들은 ‘감리’를 받았기 때문에 지정감사 대상에서 빠진다고 파악했다. 신외감법에선 감리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기업은 6년간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금감원의 판단은 달랐다. 금감원에선 서류를 통한 회계자료 검토는 ‘심사’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감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 지정감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심사와 감리는 절차가 다르다”라며 “심사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경우 이를 정밀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이 감리이고, 감리에서 문제가 없어야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일로선 예상치 못하게 LG화학을 수임하게 된 셈이 됐다. 더불어서 지정감사는 감사보수도 자유수임보다 높다는 점에서 뜻밖의 횡재를 했다는 분위기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빅4 회계법인들이 LG화학이 지정감사 대상이 될지 모른 상황이었다“라며 ”삼일 입장에선 뺏겼다고 생각하는 LG화학이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