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도 버틴 포스코 최정우 회장…사실상 3연임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3.12.26 07:00
    취재노트
    최정우 회장 '연임' 여부 의사표명 없이
    CEO후보추천위원회 가동, 사실상 연임 도전 해석
    최장수 회장 등극…연임 임기 채운 유일한 수장
    산재와 노동문제, 내부통제, 개인적 구설도 多
    지배구조개편 성과도 있지만, 공고한 체제 구축 지적도
    생태계 조성, 外風서 자유로운 기업문화 정착은 과제
    회장 후보 추대시 깐깐해진 기관들 검증과정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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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정의 포스코그룹 회장이 사실상 3연임에 도전한다. 연임에 성공하면 포스코그룹의 최장수 수장으로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미 최 회장은 연임 후 임기를 채운 역대 유일한 회장이자, 정권의 교체에도 자리를 보전한 최고경영자(CEO)로서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차기 회장 선출절차를 개편했다. 기존엔 현직 CEO에 대한 우선심사 기회를 부여했지만 개편을 통해 해당 절차를 폐지하고 다른 후보들과 동일선상에서 평가를 시작하는게 핵심이다. 당초 최 회장이 직접 거취에 대한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절차가 시작된 이상 연임의사를 별도로 밝힐 유인이 사라졌다.

      현재로선 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겠단 의사는 표명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 3번째 임기에 도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엔 '이사후보 추천 및 운영위원회'에서 재직중인 CEO의 연임에 대해 평가했는데 사실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최 회장의 지난 6년의 임기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강사 1위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포스코는 각종 산업재해, 중대재해에서 거론되는 1순위 기업이었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4명,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한 인원만 8명에 달했다.

      성범죄와 노동문제 등을 비롯한 내부통제 이슈늘 늘 도마위에 올랐다. 최 회장 개인적으론 미공개 정보 이용 자사주 매입 의혹, 관용차 사적 유용 의혹, 사외이사와 골프 회동 등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사태'는 포스코, 그리고 최 회장에게 가장 큰 위기였다.

      포항제철소의 고로가 49년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멈췄고 하루 약 500억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했다. 총 피해규모는 2조원이상으로 추정된다. 불가항력인 자연재해이지만 포스코의 사고 인식과 대응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최 회장은 태풍 상륙 직전 골프를 쳤고, 태풍이 상륙한 당일에도 예술행사에 참석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일정을 소화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떠나서 정치권이 가세하자 최 회장의 낙마설까지 확산했다.

      최 회장의 임기 내 포스코의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지배구조개편, 즉 지주회사 전환을 꼽을 수 있다. 포스코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그룹의 핵심인 제철사업을 비상장회사로서 남기겠다는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그룹은 비철강 사업의 확장을 선언하며 각 계열사에 힘을 싣는 구조를 마련했다. 현재까지만 본다면 각 계열회사들의 성과가 홀딩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기대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최정우 회장은 최상단 지주사의 수장으로 자리잡았고, 경영진과 이사진을 대폭 늘리면서 공고한 체제를 마련하는 효과를 봤다.

      포스코그룹은 사업 다각화, 신사업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이 맥락의 일환이었다.

      회장이 교체할 때마다 포스코그룹의 기조가 180도 뒤바꼈던 전례는 너무도 잘 알려져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선임된 이구택 회장은 '글로벌 철강기업'을, 이명박 정권에서 수장을 맡은 정준양 회장은 '해외자원개발'에 매진했다. 박근혜 정권에선 권오준 회장이 본업에 집중한다며 비핵심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곧이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선임된 최정우 회장은 비철강 부문의 확대를 강조하며 돌이키기 어려운 지배구조개편까지 성사했다.

      외풍(外風)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포스코그룹이 내재하고 있는 본질적인 리스크는 결국 정치, 오너 리스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포스코과 KT 같이 공공재를 다루는 민간기업, 즉 공기업과 민간기업 그 어디쯤 위치한 기업들의 숙명과도 같다. 물론 이는 새로운 회장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 풀어내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포스코그룹의 새 수장에 대한 관심은 비단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포스코그룹이 철강을 넘어 이젠 2차전지 및 신사업분야에 대거 진출해 있다보니, 포스코와 연관한 기업들은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회장, 앞으로 바뀔지도 모를 포스코의 기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퇴진 시기 즈음, 포스코 회장직 하마평에 오른바 있는데 당시 철강업계의 불안감이 극대화했었다.

      포스코란 거대기업을 상대해야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에서  "포스코는 상생의 의지가 없다"는 크고 작은 불만과 아쉬운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국내 제1의 철강회사 수장에 철강업계 외부 인사가 자리잡는데에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실제로 포스코의 투자에 의존해야하고,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종사자는 상당히 많고 광범위하다.

      이는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든 후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든, 포스코의 수장이 투명하고 상생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보다 힘을 쏟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회장 후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검증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다행히(?) 최정우 회장은 지난 2018년 전체주식의 97%의 찬성으로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2021년 주총에선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의결권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는데 내년 주총 표결의 향방도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사회적책임 투자를 강조하는 기조가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 또는 이사 후보들은 더욱 깐깐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