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사상 최대 실적" 예고…AI發 호황 전망 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유리한 구도…낸드도 회복세
내년 AI 경쟁 본격화 앞두고 3사 사이 관전 포인트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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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마이크론이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쏟아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고점을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개화기에 접어들며 메모리 반도체 주가 역시 내년 호황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는 평가다. 연간 실적 집계를 앞두고 시장에선 벌써부터 내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관전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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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 1분기(9~11월) 매출액이 47억3000만달러(원화 약 6조2000억원), 영업적자가 11억2800만달러(원화 약 1조5000억원)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을 지속하는 가운데 매출액과 적자폭을 계속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증권가 기대치를 웃돌았고,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전일보다 8.63% 오른 85.48달러에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연이어 올해 주가 최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26일 개장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6% 이상 올라 7만6000원대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4만원 안팎에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 거래일엔 연중 최고가(14만3700원)를 경신했었다.
D램 시장 공급 3사 중 후발에 속하는 마이크론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주가 전반에 힘이 실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2025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TAM)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 강조했다"라며 "빅 테크나 팹리스 등 전방 고객사들이 AI 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데 따른 직접적 수혜를 언급한 것인데, 같은 논리라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방 산업의 AI 투자 가속화에 따른 수혜는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실적에 순차로 반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분기 엔비디아향 HBM 수주를 앞세워 이미 D램 3사 중 가장 먼저 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이 덕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내년 상반기 중 D램을 시작으로 재고 정상화 및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PC와 스마트폰, 서버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 수요처 전반 성적이 부진하다 해도 AI 산업 부흥이 그 이상의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수혜 논리는 HBM과 같은 D램에서 벗어나 낸드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D램에 비해 시장 재고 정상화,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했던 낸드 역시 AI 시장 확대로 자연스럽게 정상화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인텔이 출시한 PC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인 '메테오 레이크'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 수요처였던 PC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등·급락을 보이며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졌으나, AI로 인해 재차 교체주기를 맞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객사들이 더 나은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새로 PC를 구매할 유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PC뿐 아니라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과 같은 세트 사업자 역시 기존 통합반도체(AP)에 AI를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버에 이어 세트 사업 응용처 전반 정보 연산·처리 용량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 이후 세트 시장 수요 불확실성을 우려하던 증권가도 내년 시장 전망치를 올려 잡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한 해 챗 GPT로 서버 차원 AI 구현이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는 성과를 보였다면 내년부턴 PC, 스마트폰 등 개별 기기 차원 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세트 수요가 늘어나면 D램에 이어 낸드 수요까지 가파른 회복기를 맞이할 수 있다 보니 연말 들어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공급사 실적에 대한 관전평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마이크론에 앞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미 서버용 AI 반도체(가속기)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와 공급 협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내년 중 마이크론 역시 공급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릴 예정인 가운데 D램 3사 사이 엔비디아향 공급 점유율이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내년에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마중물을 대기 위한 말단 기기(엔드 디바이스)용 AI 반도체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급사 중에선 갤럭시와 같은 기기 사업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행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HBM 수주 경쟁 외에 삼성전자·애플과 같은 세트 사업자와의 협력 구도 역시 공급사 주가의 주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주도주는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올 하반기부터 시장 방향성은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D램 3사의 경우 주가는 어차피 오를 거란 전제가 깔려 있지만 관전 포인트에 따라 기존 지위가 바뀌는 등 상승폭에 있어서는 차별화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