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2030년 매출 12조 전망
장미빛 전망에 걸맞는 기업가치 달성해야
공매도 핑계 대신 실적으로 가치 증대 노력 必
대규모 M&A 등 신뢰 회복 위한 작업도 수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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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이 숙원사업인 계열사 합병에 성공했다. 28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통합 법인 출범을 시작으로, 내년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수 많은 논란을 딛고 길었던 합병 과정을 지나온 셀트리온은 앞으로 통합 법인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가시적인 실적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서정진 회장과 오너일가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지분의 승계를 비롯한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도 장기적인 과제 중 하나다.
서정진 회장이 예상한 내년도 통합셀트리온의 매출은 3조5000억원 수준이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1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2030년 매출 목표는 12조원이다. 지난 10월 자가면역체료제 짐펜트라가 10월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았는데, 해당 신약의 2030년 매출 목표만 3조원 이상이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를 메인으로 향후 1~2개의 신약이 추가하면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합셀트리온 향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온 회계 투명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여부는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해 증선위는 셀트리온그룹 내 과대계상, 평가손실 미인식 등 회계기준 위반이 발생하긴 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셀트리온 계열사의 통합으로 거래 구조가 단순화해 회계 투명성이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물론 타당하다. 다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선 역시 통합셀트리온의 가시적인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야한다.
매출 12조원이란 목표에 걸맞는 기업가치를 달성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의 합병으로 거래구조가 단순화했을 때 과연 현재 단순 시가총액의 합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한다.
사실 매년 쏟아지는 서정진 회장의 장미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그룹의 기업가치 상승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서 회장에 대한 믿음, 셀트리온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던 것은 지배구조의 개편 시기와 사업적 개화 시기가 맞물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물론 이제부턴 주가로 대변하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수반돼야한다. 당분간은 ‘공매도 세력 때문’란 보기 좋은 핑계거리도 내세우기 어려운 시점이다.
통합셀트리온 출범과 맞물려 서 회장과 그룹 경영진들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지 냉정하게 돌이켜 봐야 한다. 기업가치 성장이 비교적 제한돼 왔던 것이 비단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반복되는 공언(空言)과 이로 인한 신뢰도 추락 때문이었는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에 질렸다”며 주식을 다 팔고 절대 번복하지 않겠다던 서 회장은 여전히 최고경영자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회사를 떠났다 돌아오길 반복하며 취약한 경영구조를 그대로 노출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4~5일이면 몸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 사멸된다"는 발언으로 기대감만을 잔뜩 심어준 사례는 여전히 회자된다.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다”는 공언도 여전히 기대감으로만 남아있다.
어찌보면 셀트리온그룹의 가장 큰 자산은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서 회장으로 인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통합셀트리온도 ‘서정진 만능주의’에 기반해 경영을 이어간다면, 이 또한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빠르게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남과 차남이 경영전면에 나서고는 있지만, 역시 서 회장을 대신할 무게감을 보이진 못하는게 사실이다. 실종사건 등과 같은 일련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에서 아직 주주와 투자자들이 신뢰감을 갖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만 본다면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승계자금의 마련을 비롯해 어떤 배경에서든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이 추진된다면 현재 계열사 주주들은 손익 계산서를 따져봐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본격적인 통합법인 출범을 앞둔 올해 셀트리온을 비롯한 계열사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책을 크게 늘였다. 회사 측은 “회사가 성장하는데 지지를 보낸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합병을 앞두고 단순히 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작업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선 유사한 수준의 주주환원책이 매년 유지되고, 더 공격적인 환원책이 제시돼야한다. 물론 매출과 실적 목표가 순조롭게 달성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겠지만, 제약 산업의 부침 속에서 고배당 등 공격적인 환원책을 유지해야하는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법인의 출범은 서정진 회장, 경영진과 임직원, 주주들이 이뤄낸 성과임은 분명하다. 다만 통합셀트리온은 셀트리온 역사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제 막 첫발을 내딘는 시작점에 서 있단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