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영구채 전환시 주식 수 10억 이상…희석 불가피
HMM 주가 눌리면 예정된 팬오션 증자·FI 펀딩도 부담
'우군' 호반 자금으로 잔여 영구채 문제 해소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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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림그룹의 HMM 인수 구조 조율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해양수산부가 HMM 잔여 영구채 처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증자 확대나 재무적 투자자(FI) 활용에 제약이 커진 탓이다. 영구채 주식 전환을 미룰 수 없다면 HMM 주가 '오버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잠재 우군인 호반의 자금을 HMM 잔여 영구채 처리에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세부 조건을 두고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하림그룹 간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팬오션의 부족한 자본력은 유상증자 규모를 키워 보충하기로 했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HMM 잔여 영구채 전환 유예는 불가하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인수금융 주선 기관에서도 거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일단 대기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 등 윤곽이 드러나려면 1월 중순까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연말 인사가 겹친 것도 있지만 영구채 전환 시점을 미루기 어려워지며 하림그룹의 인수 여력 등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따른 하림그룹의 배당 수익·지배력 약화보단 HMM 주가 희석 부담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잔여 영구채는 약 1조6800억원 규모다. 이번에 HMM 지분 전량(57.9%)을 매각해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배력은 0에서 32.8%로 복원할 전망이다. HMM 주가 상승 여력에 족쇄가 채워진 셈인데, 팬오션 유상증자나 FI 자금 마련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달리 회수 보장 요건을 제시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팬오션 유상증자가 됐건 FI 초대가 됐건 우선 내걸 수 있는 건 HMM 미래 가치뿐"이라며 "영구채가 HMM의 주가 상승 여력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에 동참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팬오션의 수조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 외 다른 대형 증권사가 공동주관·인수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필요 증자 규모가 당초 NH투자증권 확약 물량의 두 배를 넘긴 터라 다수 증권사가 실권주 부담을 나눠질 가능성이 있다. HMM 주가 전망이 어두울수록 부담이 커지긴 하나 증자 자체는 가능할 거란 평이 나온다.
그러나 FI가 투자비 마련에 애를 먹을 경우 증자 난이도는 한층 더 뛸 가능성이 높다. JKL파트너스는 이번 거래에서 수천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MM 주가 전망이 FI 회수 성과와 연동돼 있는 만큼 자금 조성이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다. JKL파트너스가 적기 투자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 또한 팬오션 증자로 갈음해야 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파나마·수에즈 등 해상 무역 양대 관문에서 병목이 발생해 운임이 오르는 등 HMM 주가에 일시 호재가 있지만 앞으로 예정된 선사 간 치킨게임 우려가 더 크다"라며 "회수 시점 업황까지 점치기 어렵다 보니 FI가 펀딩에 나서기 쉽지 않고, 결국 증자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호반 측 자금을 활용해 영구채 주식 전환으로 인한 희석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호반이 HMM 영구채나 전환 주식을 인수해 장기간 보유하면 당초 기대한 전환 유예와 비슷한 효과가 나고 오버행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호반그룹은 본입찰 전부터 일찌감치 하림그룹의 잠재 우군으로 꼽혀 왔다. 당초 양재 부지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것 외 팬오션이 발행할 영구채를 인수하는 등 가능성이 주목받았는데, 아직까지 호반 측 자금의 구체적인 용처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림과 매도자 측 협상이 길어지는 가운데 호반그룹도 지속적으로 지원 의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 확약서(LOC) 상 호반이 FI를 대신해 공동 인수자로 나서거나 하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라며 "아직 호반그룹 자금 용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영구채를 인수하는 등 방식으로 역할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