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황 어차피 회복세…눈높이 올리는 증권가
AI 시장, 서버發 '슈퍼싸이클'과 비견…올해는 메모리
파운드리 지정학 변수에도 삼성전자 조명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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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을 눈앞에 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시장은 여전히 상승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음 주 드러날 4분기 잠정실적에서도 반도체(DS) 부문 적자를 이어가겠지만 작년 인공지능(AI) 시장 개화 수혜를 덜 반영했던 만큼 아직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대만과 미국 선거 등 지정학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내년 중 메모리 반도체가 사상 최대 시장 규모를 달성하며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일 거란 시각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52% 떨어진 7만66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3.27% 하락에 이어 이틀 내리 주춤하며 연말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되돌리는 모습이다. 3년여 만에 8만원대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미국 증시 부진 여파로 국내 증시 전반이 조정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8만전자' 진입이 멀어졌지만 증권가는 계속해서 삼성전자 올해 목표가를 높여잡고 있다. 1월 둘째 주 예정된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DS부문 적자가 예상되나 이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D램과 낸드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대응이 늦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적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4분기 D램 흑자전환에 이어 올 1분기부턴 메모리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갑자기 조명되는 건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증권가는 물론 반도체 업계에선 올해를 지난 2015~2018년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비춰보는 시선이 많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PC, 스마트폰, 빅데이터 등 새 서비스나 기기가 등장하면 시차를 두고 종전 하락폭의 수배 이상 오르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라며 "작년 챗GPT 이후 본격화한 AI 시장 개화가 올해부터 수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낙숫물을 제공할 거란 기대감이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주로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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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슈퍼사이클은 빅데이터 산업이 새 트렌드로 부상하자 수년에 걸쳐 공급사슬 전반 주가를 끌어올렸다. 2015년 아마존 주가는 15달러 선에서 불과 2년 만에 60달러까지 네 배가량 폭등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크게 오른 덕인데, 서비스 확대를 위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이듬해부터 고스란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으로 반영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6년 이후 2년간 두 배 이상 올랐고, 이어 스마트폰 수요가 새 성장 국면을 맞이하자 애플 주가가 순차로 상승세에 올라탔다.
반도체 업계에선 현재 챗GPT 이후 인공지능(AI) 산업이 새 트렌드로 부상하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의 매출, 주가가 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새 서비스(SW)를 위한 장치(HW) 투자 확대에 맞물려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식인데, AI 시대 들어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도 호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에 비해 AI 수혜 반영이 늦어진 편이기도 하다. 작년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70% 올랐지만 HBM3 공급 대응에 늦었던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30% 선에 그쳤다. 올해 중 엔비디아향 공급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를 앞서지 못한다고 해도 비교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선 곧 있을 대만 총통 선거에 이어 올해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 연거푸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정학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빅 테크의 AI 투자가 이미 집행되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메모리 반도체 수혜를 누릴 거란 전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등 지정학 이슈에 민감한 사업부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큰돈을 벌게 될 거란 시각은 변함이 없는 편"이라며 "과거 공급 부족이 극심했던 슈퍼사이클 수준 상승세까진 기대하기 힘들어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는 게 시장 중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