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최대한 끌어모으자'…쓸 곳 많단 평
계열사 지원 부담에…차환 물량보다 목표액 커
일각에선 오너일가 배당재원 활용 가능성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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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가 최대 5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연초 채권시장을 찾을 계획이다. 차환 물량보다 큰 규모로 곳간사정이 넉넉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지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릴지 관심이 모인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달 17일 수요예측을 통해 25일 발행할 예정이다.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 2150억원을 차환하기 위한 발행으로 풀이된다.
채권 발행 목표액이 만기 도래 물량보다 큰 점이 눈길을 끈다. 곳간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지주의 주요 수익원인 배당은 계열사 실적 악화로 감소 중이다. 롯데지주의 작년 상반기 배당수익은 1042억원으로 집계됐다. 1469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9.1% 감소한 수준이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설비증설,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반면 계열사 지원 부담은 커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의 신사업을 지원해왔다. 작년에도 두 계열사의 출자한 연간 자금 규모만 약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입되는 현금은 마르고 있지만 계열사에 자금지원은 계속되다보니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롯데지주의 2023년 9월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3.35조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흐름은 3179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계열사의 신사업을 측면지원하면서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서 재무여력을 쌓아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롯데건설 지원 여부로 쏠린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은 동종업계 건설사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한때 태영건설과 함께 부도설에 거론됐던 건설사기도 하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등으로부터 자금대여를 받은 이후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으면서 자금 소요를 해결했는데, 올 3월 투자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파트너 금융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계열사의 지원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지주가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풀리는 연초에 채권시장 발행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지주는 작년 6월 신용평가사의 등급 정기평가에 따라 'AA'에서 'AA-'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롯데건설 위기설이 이어지던 지난해 초엔 채안펀드 도움을 받아 발행 물량에 대한 수요를 채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지주의 자금 확보 노력을 두고 배당 자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익이 줄어든 가운데 전년 대비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일가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연간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